22명 ‘천상의 합주’…그들에게 장애는 없었다

입력 2013-10-31 17:33


지난달 29일 오후 7시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샘물교회 4층. 지휘자의 손이 허공을 가르자 제법 그럴싸한 합주소리가 들려온다. 박자가 조금 느리긴 했지만 하모니는 조화를 이뤘다. 긴장감으로 음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단원들을 독려하느라 지휘자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눈빛에는 흐뭇함과 함께 아이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촉촉이 배어 있었다.

토요일인 2일 오후4시 성남시 정자동 한국잡월드 나래울극장에서 공연할 말아톤복지재단(이사장 박은조 목사) ‘스윗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리허설 모습이다. 연주자들은 전문뮤지션이 아니다. 모두 지적·발달장애 청소년들이다.

단원들은 공연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중 ‘에델바이스’ ‘도레미송’을 비롯 ‘오버 더 레인보’ ‘아름다운 것들’ ‘놀람교향곡’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10여곡을 연주한다. 테너 강성구씨는 이들의 반주에 맞춰 ‘하늘나라 동화’ ‘10월의 멋진 날에’ ‘네순도르마’를 부른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1년 12월 창단됐다. 초등생부터 고교생까지 22명의 단원은 바이올린, 첼로, 베이스, 플루트, 클라리넷 등을 연주한다. 자폐증, 다운증후군 등 장애가 있어 모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매주 한두 번 샘물교회 교인들인 서울대, 이화여대 등을 졸업한 23명의 전문음악인들의 개인지도를 받으며 맹연습을 해왔다. 함께 모임을 가지면서 자연스레 교회로 발길이 이어진다.

지휘자 김은경(48·소노베르디 앙상블 리더·샘물교회 집사) 단장은 “단원들이 이렇게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했다. 악기 잡는 법, 악보 읽기 등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개인적으로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제대로 된 연주를 하게 된 데는 재능을 기부하는 교사들의 수고는 물론 어머니들의 눈물어린 기도도 한몫했다. 점차 연주 기량이 늘면서 단원들의 장애 치유에도 크게 도움이 됐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의 자존감뿐 아니라, 가족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이 스윗 하모니의 보람이다.

김 단장은 “음악이란 그들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통로가 될 수 있다”며 “장애를 넘어 꿈과 희망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음악을 통해 세상에 한 발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윗 하모니 후원자인 샘물교회 김태웅 장로는 “모임 초기 안타까워만 하던 선생님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의 맑은 눈빛이 생각 난다”며 “부족한 것이 많지만 시행착오 속에서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단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남=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