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조성돈] 사회적 신앙고백
입력 2013-10-31 18:27 수정 2013-10-31 16:07
종교개혁은 루터파와 칼뱅주의라는 두 갈래로 진행됐다. 이 둘은 종교개혁을 이뤄가면서 방향을 달리했다. 물론 교리적인 논쟁, 대표적으로 성만찬 논쟁과 같은 것이 있지만 사회적 관점에서도 다른 면이 있었다.
루터파는 철저히 지방영주, 즉 지방정부와 함께했다.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면 독일 작센주 영주였던 프리드리히 현제일 것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뒤를 튼튼하게 뒷받침해 준 그의 공이 컸던 것이다. 루터파는 정부의 뒷받침 속에서, 또한 정부와 파트너십을 갖는 가운데 종교개혁을 진행했고, 그런 전통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교회와 국가가 제 역할 해야
이런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루터가 두 왕국론을 주장했기에 가능했다. 두 왕국론은 하나님께서 이 땅에 교회와 함께 국가도 세우셨다는 것이다. 교회에는 사랑과 복음을 주셨지만 국가에는 칼과 율법을 주셨다고 한다. 인간이 사랑과 복음만으로 인도될 수 없기에 하나님이 국가를 통해 칼과 율법으로 인도하신다는 것이다. 즉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고 인간들을 복음에 합당한 삶으로 인도하기 위해 하나님은 이 두 기능을 같이 쓰신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은 루터파가 국가 정부 사회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도록 했다. 이들은 이 세상에 대해서 악하다는 생각보다는 하나님이 일하시는 공간이며, 국가나 정부 역시 하나님이 세우신 것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정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18세기 독일 경건주의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이 정부 관료로 많이 진출했다. 이들은 그곳에서 경건의 실천을 이룩했다. 성경이 가르쳐 주는 정신으로 정부를 이끌어 간 것이다. 이때부터 관료주의라는 것이 생겨난다.
처음에는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관료주의가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영향은 이들이 활동하던 18세기 독일에서 복지가 시작되는 배경이 된다. 이미 그 시기에 실업수당과 같은 것들이 실행됐다고 한다. 우리보다 상당히 일찍 복지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도 루터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독일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같은 나라는 세계에서 복지가 가장 잘 돼 있는 나라로 유명하다.
요즘 세계적인 불황 가운데 주목받는 나라들이 독일, 스칸디나비아 3국, 덴마크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일찍부터 ‘사회시장경제’라는 것을 발전시켜 왔다. 자본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경제에 대한 긍정을 포함하면서 ‘사회’, 즉 공동체의 관점을 유지해 온 것이다.
이들은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는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경제가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시장경제라고 하는 것이 그 본성상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시장경제에 공동체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 역시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관점들이 자본주의를 꽃 피우면서 복지국가를 만들어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복음의 힘을 사회에 보여주길
반면 칼뱅주의가 영향을 준 나라들은 네덜란드나 영국, 미국 심지어 한국까지 경제적인 면에서 개인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발달해 있다. 확실히 위에서 언급한 나라들에 비하면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종교는 사회에 영향력을 끼친다. 우리의 신앙고백이 삶에, 또 그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기독교인이 약 18%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우리의 신앙고백이 영향을 주고 있는지 깊이 돌아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믿는 바가, 우리가 믿고 있는 그 복음이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바로 이 땅에서 보여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