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3년만에 참전용사에게 전하는 호국기장

입력 2013-10-31 18:32

국방부 보훈처 등 범정부 차원의 보은대책 마련해야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 있다. 국군과 유엔군 등 48만여명이 전사·실종·부상했던 6·25전쟁은 오늘도 참전용사와 유가족에게 깊은 아픔을 주고 있다. 정전 60주년 행사를 통해 정부와 민간단체는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알리고 6·25가 결코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우리의 보은은 여전히 작다.

국가보훈처와 육군본부가 ‘작지만 아름다운’ 보은을 실천하고 있다. 보훈처는 1일 생존하는 참전용사 18만여명에게 ‘호국영웅기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7월 27일 열린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 기념식’에서 보훈처가 참전용사를 대표한 박희모 6·25참전유공자회장에게 첫 수여한 지 3개월여 만에 참전용사 전원에게 전달하는 행사다. 호국영웅기장은 6·25 발발 직후인 1950년 10월 한 차례 수여된 뒤 중단됐다 63년 만에 부활됐다. 전쟁 초기 육탄으로 북한군의 남침을 막아내던 전장에서 수여됐던 호국영웅기장인 만큼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더욱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까지 ‘6·25 참전유공자! 여러분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영웅입니다’는 슬로건을 들고 참석한다고 한다.

육군본부도 지난 2011년부터 참전용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이른바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집을 리모델링해주는 사업이다. 그런데 고인이 된 참전용사의 부인이 사는 낡은 집을 지난달 29일 리모델링해주었다고 한다. 그동안 160차례 리모델링 사업 중 부인 등 가족을 지원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 차원의 보은이 이제 당사자만이 아니라 가족에게 첫 적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사·실종자 가족과 부상자 상당수가 지금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보다 자신들의 희생과 헌신이 잊혀지는 것이 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일 지도 모른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우리 의무다. 아울러 전사자 유해 발굴과 국군포로 송환도 우리의 의무임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오는 7일 서울 용산 한국전쟁기념관에서 민관 합동으로 ‘한국 평화의 종’ 기공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 종은 DMZ의 녹슨 철책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채취한 유골 주변의 총탄을 함께 녹여 제작되고 있다. 평화의 종은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줄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작지만 아름다운 의무를 다해 야 한다. 국방부와 보훈처는 올 한 해로 끝내는 일회성 60주년 정전기념 행사가 아니라 앞으로 국내외 참전용사와 유가족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무총리실은 오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의 초석이 된 참전용사의 희생에 보답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정전 60주년에 ‘조국은 결코 희생을 잊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이 기억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