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수진 (3) 첫 출항 11개월 준비… 시행착오로 연기만 다섯번

입력 2013-10-31 17:04


한나호는 출항에 앞서 부산 남항에서 11개월을 준비했다. 그때 무수한 실수를 만들어 냈는데 출항 연기만 다섯 번을 했다. 예상치 못한 기관 고장으로 연기됐고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한나호를 상선으로 오인해 선원 6명을 제외한 내국인 24명이 여권만 갖고 출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출항허가서를 내주지 않았다. 또 선장 기관사 항해사 등 법으로 규정된 선원 수를 채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재정적인 이유로도 섣불리 출항할 수 없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선원 선교사가 부족해 3일 동안 금식기도를 했는데 며칠 후 마지막 남은 기관사 형제 한 명이 자신은 다른 상선에 취직했다며 기도를 부탁해 왔다. 출항은 영영 못할 것 같았다. 낙심은 극에 달했지만 주야로 기도하면서 출항을 고대했다.

만약 누군가 선교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주님의 뜻을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라고. 부산에서의 11개월은 ‘우리의 선교’가 아니라 ‘주님의 선교’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속히 보내소서’ 기도했지만 주님은 문제만 던져주셨다. 지나고 보니 그것은 하나님이 일하는 방식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기도 후원자를 만났고 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의 후원을 받았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한나호에 승선했다. 주님은 큰 복을 주려고 인도하고 계셨는데 우리는 빨리 나가고 싶어 안달했다. 주님은 계속 문제를 던지면서 출항보다 더 중요한 기도와 훈련을 쌓도록 하셨다. 한나호의 핵심 선교 철학도 여기서 시작됐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계획해도 주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받아야 한다. 사도바울도 선교 사역에서 철저히 주님과 교제했다. 그는 기도하는 장소를 찾으러 가던 중에 루디아를 만났고 기도하는 곳을 찾다가 귀신이 괴롭게 쫓아 왔기에 예수의 이름으로 쫓아내었고 감옥에서도 기도했다.

선교사가 되기 이전에 먼저 기도자, 예배자, 찬양자가 되는 것. 이것이 한나호 선교사들에게 제일 먼저 도전하는 메시지가 되었다. 선교 사역의 최대 적은 사단이 아니다. 사단과 그의 졸개들은 이미 2000년 전에 갈보리 언덕에서 완패했다. 상황이나 환경도 아니다. 어려운 상황과 혹독한 압제 밑에서도 복음의 역사는 왕성하게 퍼져나갔다.

기독교 최대의 적은 교회 내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지적처럼 선교의 최대 적은 사단이 아니라 성령 충만하지 못한 선교사 자신이었다. 주님 앞에 나아가 그분과 교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한나호는 개인전도를 강조한다. 사도행전 16장을 보자. 바울과 실라가 감옥에서 기도와 찬양을 드릴 때 주님은 기적을 베푸셨다. 지진이 일어나 감옥의 문이 열렸고 죄인들의 쇠사슬이 벗겨졌다. 어쩌면 이때야말로 대중 집회의 최고 찬스인지도 모른다. 모든 죄인을 불러서 예수를 믿게 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날 밤 예수를 믿은 것은 간수 한 명이었다.

한나호 선교사들은 다수보다 소수, 소수보다 진리를 택하는 개인 전도자가 되기 위한 훈련에 매진한다. 현재 한나호 김윤기 선장은 연세가 팔순이 되셨는데 대만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팔라우 말레이시아에서 지난 4년간 2000여명에게 복음을 전했다.

한나호는 현지 교회와 연합한다. 독자적 활동 대신 반드시 현지 교단과 목회자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야 효율적인 선교가 되기 때문이다. 현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부족한 곳에 힘을 쏟았다. 목회자가 없는 마을에 전도 집회를 열었고 교회당이 없는 곳에 교회를 세웠고 현지인 지도자가 없는 교회에 현지인을 훈련시켜 파송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