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를 위한 알기쉬운 신학강좌-10. 기독교와 미래 : 21세기의 도전] ① 기독교의 위기
입력 2013-10-31 17:07
기독교는 ‘바뀌는 시대정신’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21세기는 기독교에 심각한 위기의 시대가 될 것이다. 2000년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기독교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위기의 중심에 있으며, 위기를 잘 이기지 못하면 한 세대 안에 기독교 인구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본 강좌는 기독교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앞으로 4회에 걸쳐 기독교의 위기에 대해 다루려 한다.
위기에 직면한 기독교
기독교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요소가 많은데, 그중에서 네 가지를 보겠다. 이 네 가지는 모두 인간의 사고와 가치관의 변화를 초래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 것이다. 새로운 시대정신 속에서 과거의 ‘신앙형태’와 ‘신학 방법’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1)생산수단과 사회적 변화: 경제와 부의 창출은 인류에게 가장 큰 관심사다. 미래학자들은 인류의 역사가 세 번 정도 패러다임 변화를 가졌다고 본다. 첫 번째는 농업혁명, 두 번째는 산업혁명, 세 번째는 정보화 사회다. 현재는 후기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앞으로 전혀 새로운 차원의 시대를 맞을 것 같다. 중요한 점은 새로운 시대마다 경제를 생산하는 수단의 변화가 수반된다는 점이다.
생산수단과 부를 창출하는 방법이 달라지면 사회 구조가 변화되고 인간의 의식도 변화된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지금은 변화가 가속되고 있다. 이는 기존 가치체계의 급격한 균열을 가져온다. 기독교가 가치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이 시대와 ‘대화성’을 상실할 것이다.
2)자연과학: 18세기 계몽주의 이후 나타난 근대사회는 과학의 시대였다. 자연과학은 폭발적으로 발전하며 시대정신의 변화를 선도했다. 과학은 과거에 절대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였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생각도 변화시켰다. 시간이 중력과 속도의 영향을 받고, 공간은 닫혀 있지 않고 무한하게 열려 있다는 것을 밝혔다. 기독교의 ‘위에 계신 하나님’이라는 공간적 개념이 공허해졌다.
최근에는 ‘차원(dimension)’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고 있다. 주류 과학자들은 대체로 4차원 이상을 인정하며, 일부는 5∼7차원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차원에 대한 연구가 물리학의 세 번째 혁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차원에 대한 연구는 기존의 기독교적 개념을 완전히 바꾸게 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이해하는 창조, 죽음, 부활, 종말 등은 전적으로 3차원적 개념이다.
21세기는 생명공학 분야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인간복제는 생명과 인간에 대한 인식을 전적으로 새롭게 하고, 게놈(genome) 프로젝트와 유전자 조작은 신인류의 출현을 예상하게 한다.
3)기술주의: 기술주의는 과학에서 얻어진 지식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면서 이 시대의 변화를 ‘대중화’시킬 것이다. 기술주의는 상업성과 대중적 욕구와 결합하면서 범지구적으로 보편적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보편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상화, 웹에서 가상공간의 활동 등이 오프라인을 넘어서는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기술주의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념, 인종, 민족, 종교적 확신과 상관없이 기술주의에 의존하게 만든다.
기술주의는 단순히 과학적 결과를 응용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뇌파를 디지털화하는 연구도 상당히 진행됐다. 이는 생명공학의 뇌 연구와 컴퓨터공학의 조합이다. 이미 나노기술(NT)의 다양한 응용, 정보기술(IT)과 의료·제약, IT와 유전공학, 생명공학(BT)과 로봇산업이 결합하여 연구를 하고 있다. 기술주의는 여러 분야에서 일어난 결과를 응용함으로 새로운 차원의 변화를 일으킨다.
4)예측 불가능성: 21세기는 ‘예측 불가능성’이 종말론적인 성격을 가질 것이다. 예측 불가능성을 위기의 한 요소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전체 지구에 영향을 주거나 파멸을 야기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미래의 세계가 일정한 규칙으로 예측하고 통제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즉 인류가 발명하고 발전시켰지만 제어할 수 없는 과학의 결과물, 언제라도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기술력,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과격한 집단에 대한 통제력 상실, 도덕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혼란, 종교와 윤리에 대한 신뢰의 상실 등이 어우러지면서 불현듯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시대다. 지구의 위기는 예상치 못하는 방법으로 급하게 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21세기는 ‘종말론적인 시대’로 진입했다.
대안: 위기에 대한 대응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요소 자체를 반기독교적인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과학이나 기술주의 자체를 적대시하면 정말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든다. 위기는 변화된 시대정신 속에서 ‘대화성’을 상실하고 대응하지 못하는 기독교의 문제다. 앞으로 닥칠 위기는 한두 차례 이벤트나 지역교회 차원에서는 대응이 어렵다. 세 가지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각 교단의 총회, 노회, 신학교 등이 연합하여 개신교 전체를 아우르는 연구기관과 분과를 운영해야 한다. 현재 노회, 총회 산하의 기구는 신학적 측면에서 대단히 취약하다. 21세기에 총회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시대와 신학’의 관계 설정이다. 각 분과는 성경의 전통적 주제들과 이 시대를 선도하는 흐름들(예를 들어 생명복제, 가상공간, 유전자 결정론, 성과 윤리 등)이 대화성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 결과를 지역교회에 정기적으로 마련해 주어야 한다.
둘째, ‘신앙과 삶’을 연결할 수 있는 신학연구소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단순히 신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와 평신도가 소속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신앙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평신도 신학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목회자와 신학자만으로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다양한 분야, 전문성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연대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별도의 지면에서 다루겠다.
김동건 교수 <영남신대 조직신학, 저자연락은 페이스북 facebook.com/dkkim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