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예술가로 살며 느끼는 단상 그림과 함께 엮어

입력 2013-10-31 17:22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안규철(현대문학·1만8000원)

서울 마포대교 남단에 ‘바람의 길’이라는 제목의 설치작품이 하나 놓여 있다. 희망을 안고 항해하는 배를 형상화한 것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이 책의 저자가 2010년 제작한 작품이다. 서울대 조소과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학교를 나온 저자는 미술 작업에 문학과 연극 등 다른 장르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다.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단상들을 그림과 함께 엮었다.

“이른 아침 책상에 앉아 스케치북을 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족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간에 한 시간 남짓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대개 한두 페이지를 겨우 채우는데 어떤 날은 단 한 줄도 쓸 만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이 일은 하루도 거를 수 없다. 그것이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시작이고 중심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창문 앞에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 바깥 풍경을 내다보며 설명하라는 벌을 내렸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종이 위에 물감 대신 말로 풍경화를 그리는 일과 같았다”고 회상한다. 초콜릿을 베어 먹으며 자기 연민에 빠져 쓰디쓴 현실을 잊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미래의 달콤함에 빠져 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던 어릴 적 추억 등을 솔직담백한 글과 그림으로 들려준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