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밀란 쿤데라 문학 작품 통합적으로 분석
입력 2013-10-31 17:22
한 권으로 읽는 밀란 쿤데라/김규진(21세기북스·2만5000원)
지금은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이지만 정작 그가 문학적 성숙기에 이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6세이던 1945년 러시아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시를 번역해 잡지에 실은 게 문학으로의 입문이었고 이듬해 사촌 루드빅 쿤데라의 영향을 받아 초현실주의 시를 썼다. 그렇기에 그의 문학을 말할 때 첫 시집 ‘인간, 그 광활한 정원’(1953)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수록 시 ‘할머니’는 조국인 체코적 가치를 드러내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마치 미풍에/ 보드라운 머리털이 고요히 떨리는 것처럼-/ -아, 세월이란 참으로 빨리도 지나가는구나./ 무엇하러 난 이렇게 살아서!”
그의 초기 시편들은 창작의 근원을 보여준다. 공산당 행동가인 남편이 직장에서 날마다 겪는 정치적 투쟁에 대해 아내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불만을 토로한다는 내용의 또 다른 수록 시 ‘그건 사랑이 아니야’는 이후 그의 대표작 ‘농담’과 ‘생은 다른 곳에’에 나타나는 주제를 예고하기도 한다. 이렇듯 초기 시편에서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저자의 혜안은 아직 쿤데라에 대한 연구서가 전무한 상태에서 더욱 돋보인다. 한국외국어대 교수.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