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이스라엘 아이들에게 새 생명 주고 떠난 팔레스타인 소년

입력 2013-10-31 17:21


생명의 릴레이/가마타 미노루/양철북

주위 사람까지 덩달아 웃게 만드는 에너지 넘치는 열두 살 소년 아흐메드. 그는 팔레스타인의 제닌 난민캠프에 살고 있었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저항 조직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겪으면서 자란 아흐메드는 전쟁이라면 놀이도 싫어했다. 다른 아이들이 총을 갖고 놀 때 그는 기타를 안고 노래를 불렀다.

2005년 이슬람력으로 9월 한 달 동안 해가 있는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이 끝나는 날, 아흐메드는 축하 파티를 위해 넥타이를 사러 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동네를 헤집고 다니던 아흐메드는 이스라엘 군이 쏜 총 2발을 맞는다. 아흐메드의 아버지 이스마엘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이스라엘에 있는 큰 병원으로 데려가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지고 만다.

주치의가 장기이식을 제안하자 이스마엘은 고민 끝에 동의한다. 아흐메드의 신장은 네 살 여자아이와 다섯 살 남자아이에게, 폐는 또 다른 다섯 살 아이에게, 간은 둘로 나뉘어 6개월 된 아기와 57세 여성에게, 심장은 아흐메드와 동갑내기인 열두 살 소녀에게 이식되어 그들의 목숨을 살렸다. 모두 이스라엘 국적이었다.

몇 해 뒤 찾아온 일본인 의사에게 이스마엘은 “장기 이식은 평화를 바라는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메시지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한다.

이 책은 아흐메드의 장기기증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은 저자가 당사자들을 만나는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아흐메드의 생명이 바통이 되어 시작된 생명의, 평화의, 따뜻함의 릴레이.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새로운 바통이 되어 릴레이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저자는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어머니들이 읽기를 바랐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내는 여자들은 평화의 존엄함을 이해하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본 스와 중앙병원 명예원장인 저자는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밝혀 생명의 릴레이가 또 다른 방식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들려준다. 오근영 옮김.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