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한진해운에 1500억 긴급 수혈

입력 2013-10-30 23:01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에 15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고 30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일시적인 자금 부족에 처해 있는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지주회사 격인 한진해운홀딩스와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의 금전대여를 결정했다. 한진해운홀딩스는 자금 지원을 받는 대가로 보유 중인 한진해운 주식 가운데 1920만여주를 담보로 제공한다. 1920만여주는 한진해운 주식의 15.4%에 해당한다.

대한항공의 이번 자금 지원은 한진해운 측의 요청에 따라 두 회사 최고 경영진이 주채권 은행과 협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조수호 회장의 부인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진해운은 일부 지분을 공정거래법상 한진그룹에 속해 있지만 계열 분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때문에 최 회장이 이번에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SOS(긴급 도움)를 요청한 것은 그만큼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이 장기 침체에 빠지자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1년 8239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한 후 올해 상반기에도 1151억원의 손실을 입는 등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770%를 넘겼다. 최근엔 4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은행권에서 난색을 표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의 긴급 지원이 결정되긴 했지만 유상증자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 노력을 추가적으로 기울일 예정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