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기업 과징금 부담 倍로 늘린다
입력 2013-10-31 02:58 수정 2013-10-31 10:39
공정거래위원회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기업체 과징금 감경 사유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불공정거래를 일삼으면서도 상습적으로 과징금 납부를 회피해 온 기업들의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30일 “현행 과징금 제도에서 감경 사유를 줄이고 가중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연말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이르면 내년 6월 말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해당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할 때 관련 매출액에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른 부과기준율을 곱해 최초 과징금 산정액을 결정한 후 3차례 조정을 거친 뒤 최종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당기순이익을 가중 평균한 금액이 적자이거나 자본잠식인 경우, 금융위기 등으로 심각한 경영상의 타격을 받는 경우 1·2차 때 조정된 과징금의 50%를 초과해 경감해 주고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앞으로는 자본잠식 상태에 있을 때만 경감기준을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을 부과하면 회사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업이 확실하게 입증하지 않는 한 경감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정위는 중소기업의 경우 어려운 경영여건을 고려해 과징금 분할 납부기간을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또 1차 과징금 조정 단계에서 가중요건을 ‘과거 3년간 법위반 2회 이상, 벌점 3점 이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벌점 5점 이상(과거 3년간 3회 이상 법위반)인 기업을 대상으로 과징금을 20~50% 가중한다.
2차 조정 단계에서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관련사항이 감경 사유에서 빠진다. 공정위는 2006년부터 공정거래 관련 내부 시스템을 평가해 A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에 과징금의 10~20%를 감면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과징금 고시가 개정되면 최초 과징금 산정액 대비 감경비율은 현행 60%에서 26%로, 최종 부과과징금 단계의 감경비율은 49.3%에서 6.3%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최초 과징금 산정액은 8조6824억원이다. 줄어든 감경률을 적용하면 최종 부과과징금 규모는 3조4730억원에서 6조4250억원으로 늘어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고시가 개정되면 재량으로 과징금을 감경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