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병원 이임선 국내 첫 웃음치료 간호사 “암 환자가 웃음 찾으면 희망적으로 변화”
입력 2013-10-30 19:18
“우후∼ 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보세요. 10초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감정이 달라지고 생리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간호사 이임선(48)씨는 웃음치료 강사로 인기가 높다. 서울대병원에서 매주 화·금요일 오후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웃음치료 교실은 늘 만원이어서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지 못할 정도다. 국제웃음치료협회가 주는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간호사로서는 처음으로 딴 그를 30일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만났다. 웃음의 생활화를 강조하는 그는 “이렇게 웃어보라”며 시범부터 보였다.
이씨가 웃음의 힘에 눈을 뜬 건 개인적 시련이 계기가 됐다. 11년 전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다. 이후 2년간 간호사 일과 부상 치료를 병행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됐다. 그러면서 그는 ‘내 삶이 왜 이렇게 고달플까, 내가 잃어버린 건 뭘까’라며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 많아졌다. 그는 그때 자신이 웃음을 잃어버린 걸 깨달았다. 웃음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13년간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배운 웃음치료의 힘을 확인케 해줬다. 비록 지금은 타계하셨지만 그의 아버지는 투병의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통해 힘든 걸 잊곤 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당시 아버지는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의사는 봉지에 담는 약을 처방하지만 내 딸이 주는 웃음은 봉지 없는 약, 부작용 없는 약’이라며 즐거워하셨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웃고 있는 순간엔 더 나빠지지 않습니다. 원망과 불안이 줄어들고 병에 대해 희망적으로 바뀝니다.”
그는 웃음이야말로 행복이고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암 우울증 등 질병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며 웃음과 체조를 접목한 독특한 동작을 개발했고, 환자들에게 맞춤형 근력강화 웃음치료를 하고 있다. 웃음치료는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입꼬리 올리기. 2단계는 어깨 세우기. 3단계는 엉덩이 흔들기다. 단계마다 ‘하! 하!’ 웃음과 함께 유산소운동, 근력강화운동, 유연성 강화 체조 등 운동을 병행한다.
“하하하∼ 소리를 내 웃으면 흉선을 자극해 면역력을 높여 줍니다. 잘 웃는 사람은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습니다.”
이씨는 항암치료와 웃음치료를 병행해 완치된 환자들이 암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그는 대한웃음임상학회 초대 공동회장을 지냈으며, 대학과 병원 등에서 웃음치료 강연을 활발히 하고 있다. 크리스천인 그는 “웃음은 하나님이 주신 최상의 치료제”라며 위기의 가정도 웃음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모의 웃음소리가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키웁니다. 휴대전화 문화도 웃음을 사라지게 합니다. 식사하는 시간만큼은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고 가족과 눈을 마주한 채 웃으며 대화해야 합니다.”
글·사진=오병선 선임기자 seon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