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쳤다 VS 아직 변곡점 ‘경기 온도차’

입력 2013-10-30 18:41 수정 2013-10-30 22:43


지난달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경기지표가 주춤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를 기록,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지표 부진이 파업 등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일 뿐 본격적인 경기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아직 바닥을 쳤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통계청은 ‘9월 및 3분기 산업활동동향’에서 지난달 광공업생산이 전월 대비 2.1% 감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8월 1.6% 증가하며 경기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다시 뒷걸음질친 것이다. 현대·기아차 파업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생산이 18.6% 감소한 것이 치명타였다. 지난달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3.7%로 2009년 5월(73.4%) 이후 5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기획재정부는 자동차 파업과 함께 조업일수가 2일 감소한 점 등의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0% 줄었다. 설비투자도 운송장비(-22.9%)가 크게 감소해 전월대비 4.1% 줄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0으로 지난달(101.2)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정부의 경기인식은 긍정적이다.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GDP가 전기대비 1.1%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우리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경제는 2011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전년 동기 대비 3%대 성장세에 진입하면서 회복세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조업 체감경기도 상승세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제조업의 10월 업황BSI는 81로 지난달(75)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BSI가 100을 밑도는 것은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지만 8월(73)과 9월(75)에 이어 3개월 연속 지수가 상승한 것은 긍정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여전히 변곡점에 서 있다는 분석도 있다. 3분기 성적이 좋았지만 3분기 마지막 달인 9월 지표가 나빠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 부진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 행진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업 투자에 필수적인 자본재 수입이 줄어들면서 경상수지가 좋아지는 불황형 흑자라는 설명이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2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 4분기는 재정여력이 떨어져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었던 상반기와 다르다. 기업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가 다시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비투자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며 “투자심리가 상반기보다는 나아지겠지만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