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드윈 트루먼 前 미국 재무 차관보 “한국경제 전반 구조조정 필요”
입력 2013-10-30 18:40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에드윈 트루먼(72)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0일 “저성장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연구원 20주년 기념 국제회의 참석차 방한한 트루먼 전 차관보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우 금융위기 전과 같은 높은 성장률 지속이 불가능해졌고 고령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트루먼 전 차관보는 기업과 정부가 저성장 시대에 맞게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주요 대기업들이 수십년간 ‘대박’을 터뜨렸지만 이제 (저성장) 상황에 적응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특히 경영자들이 중소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이지만 서비스 부문이 약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역할로는 저성장 시대, 고령화 시대에 맞는 복지 정책을 제대로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30년 동안 한국의 성공을 위해 희생한 노년층을 돌봐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평균 연령이 늘어난 만큼 은퇴시기를 늦추는 등 이전과 다르게 노동력을 운영하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혜적인 복지는 피해야 한다고 소신도 밝혔다. 그는 “70세가 넘었다고 모두 세금감면을 해줄 필요가 없다”며 “공평한 복지혜택도 중요하지만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과도기적 사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복지 일변도가 아닌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정책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어느 나라보다 생산성 향상에 대한 방법을 많이 알고 있어 연평균 경제성장률 4∼6%를 달성할 수 있을 가능성은 있다”며 “경제 파이가 확대될수록 못사는 분들에게 줄 수 있는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루먼 전 차관보는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최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가 한국 경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것. 그는 “한국 경제 실적이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서 매우 좋은 데다 증시의 유동성이 풍부해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좋고 언제든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시기는 내년 3월 정도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이어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금융시장과 정책당국들에 의해 과장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연준이 확장 정책을 이어갈 것이고,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영향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바닷가에 고기들을 풀어놓으면 잘사는 물고기와 못사는 물고기가 갈린다. 약한 물고기는 해변가에서 방황하게 돼 있다(Weak fish wandering on the beach)”라는 비유로 펀더멘털이 약한 일부 신흥국 시장에는 일부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또 유럽 경기 회복세와 관련, “회복 기조는 이어가겠지만 그 속도는 아주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장희 박은애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