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카레킨 2세 아르메니아정교회 총대주교 “거룩한 교회의 이름으로 하나됨 힘써야”
입력 2013-10-30 18:34 수정 2013-10-30 21:34
총회 개회예배 설교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 몇 시간이 안돼 엠마오 도상에서 의기소침했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셨다. 제자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그리스도를 따르던 이들을 만나 기쁨을 나눴다. 모였던 무리들에게 불신과 실망은 어느새 사라지고 곧 교회가 됐다. 예루살렘의 그 방 안에는 완벽하고 영광스러운 일치가 있었다.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이 성취된 것이다.
약 2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각자는 자기 나름의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서로가 다르고 모두 독특하지만 같은 뿌리에서 돋아난 가지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보다 힘쓸 것은 영적인 일치다. 믿음과 봉사에서 하나 됨, 예수 그리스도와 거룩한 교회의 이름으로 온 세상에 복음증거를 하는 일에서 하나 됨이 필요하다.
교회는 이 세상에 다가서 있는 그리스도의 교회다. 오늘날 이 세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인류가 자만심에 부풀어 자비롭고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떠나 산다는 말은 자기 이웃의 권리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내심이 허락하는 한 무슨 방법으로든 자기 뜻을 관철하며 사는 사람들의 태도를 말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전혀 새로운 삶의 자세를 가르친다. 지난 2000여년 기독교 역사에서 얻은 항구적 결실은 도덕성과 교육·가정, 평화가치의 중요성이다. 이 가치들을 우리 사회 속에서 최대한 겸손하게 가꾸는 일이 선교적 사명이기도 하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 있었던 제자들은 우리와 똑같이 혼돈 속에 있었고 의기소침했다. 그러나 부활의 주님께선 그들에게 다가오셨고 함께 걸어주시면서 그들의 관심사에 대답해주셨다. 주님의 말씀과 임재는 그들이 살고 있던 세상에 의미를 부여해 주시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고 있는 교회가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메시지다.
우리가 정의와 평화를 성취하기 위해, 인간의 복지를 이루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엠마오 도상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연민의 정을 가지고 그들에게 다가서며 동행하고 그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세상을 구원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된 평화·정의의 길로 인도하시길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