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세계 각국의 슬픔과 아픔 치유해 주소서”

입력 2013-10-30 18:35 수정 2013-10-30 21:41


여기는 부산-개막식 이모저모

“센제니나(senzenina), 센제니나∼”

30일 오전 벡스코 전시관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 개막예배에서는 아프리카 줄루족의 애가(哀歌) ‘센제니나’가 참가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예배 장소를 가득 메운 4000여 참석자들은 피부와 언어는 달랐지만 전쟁의 상처와 원주민 착취, 어린이 유기 등 슬픔과 고통, 절망의 현실을 표현하는 예배 순서자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센제니나’를 합창했다.

‘WCC 총회의 꽃’으로 불리는 개막예배는 큰 징을 울리는 ‘예배로의 부름’으로 시작됐다. 십자가와 성경(예수), 달걀과 물(다시 살아날 생명), 재(죄) 등 기독교의 다양한 상징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세계 각 대륙의 아픔을 표현하고 치유를 구하는 기도문이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와 독일어로 낭독될 때는 예배 참가자들의 마음이 숙연해졌다.

예배를 장식하는 음악은 주로 국악 찬양으로 연주됐다. 자국의 언어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사도신경)와 주기도문을 고백한 시간은 특히 뜻 깊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시인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하나의 기독교 공동체 구성원임을 증명한 것이다.

의왕색동교회 유은경(49·여) 집사는 “여러 언어로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우리 모두가 한 형제자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전(禮典)이 강조된 정교회식 예배를 드리면서 한국교회도 예전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인도인 목사는 “국악 찬양에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한국의 부산에서 총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오후에 열린 개막식에서는 한국 기독교 역사 130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공연이 압권이었다. 복음 전파와 교회 부흥, 3·1운동과 해방, 한국전쟁과 분단, 통일에 대한 염원 등이 압축적으로 표현된 공연은 세계교회 지도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기에 충분했다. 공연에 앞서 김삼환 한국준비위 대표대회장은 “여러분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환영인사를 했다. 참석자들도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산총회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마당’도 공식 개막됐다. 마당은 한국 전통 가옥의 안뜰을 가리키는 말로 축하와 친교를 위한 공간을 뜻한다.

부산총회 마당은 88개의 워크숍과 92개의 전시회, 27개의 부대행사 등 207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마당 워크숍은 다음달 4∼7일 오후 벡스코 세미나실에서 미국교회협의회, 에큐메니컬 워터네트워크, 향린교회, 한국YWCA연합회, 장신대 세계선교연구원 등의 주최로 열린다. 벡스코 제1전시장 2홀에는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유엔난민기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독교환경연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등 92개 단체가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한편 30일 일정은 대한성공회가 주관한 저녁 합창기도로 마무리됐다.

부산= 최승욱 백상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