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정보국 국장 “외국 정상 염탐은 기본 임무”
입력 2013-10-30 18:27 수정 2013-10-30 22:54
미국의 외국 정상 도청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미 정보기관 수장들이 ‘반격’에 나섰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9일(현지시간) 미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도청 등 외국 정상에 대한 첩보활동은 지난 10년간 정보기관의 기본 임무였다”며 “유럽 정보기관도 미국 지도자들의 대화를 엿들어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 정상에 대한 감시가 새로운 게 아니며 정보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키스 알렉산더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NSA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국민 수천만명의 전화기록을 수집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완벽한 오보”라고 강변했다. 그는 “미국이 프랑스, 독일을 상대로 수집한 게 아니라 프랑스, 독일이 수집해 NSA와 공유한 것”이라며 “민간인을 상대로 수집한 것도 아니고, 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쟁지역에서 수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도청 파문의 비난이 자신들에게 집중되는 데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클래퍼 국장은 백악관도 NSA의 첩보활동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전날 이를 시인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도청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은 NSA 첩보활동 재검토 방침을 통해 도청사건과 선을 긋는 동시에 도청 관련 ‘소나기’로부터 한 발 비켜서 있길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도 미국 정상의 통화기록을 수집했을 거란 클래퍼 국장의 주장에 대해 독일 정보기관 수장이 정면 반박했다. 독일 연방정보국(BND) 게르하르트 쉰들러 국장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주재 독일 대사관에서는 어떠한 통신 감청활동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