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산되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공방 막으려면

입력 2013-10-30 18:20

‘지난 정권 때의 일’ 적극적으로 풀려는 의지 보여야

국가기관의 18대 대선 개입 논란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개입설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데 이어 국가보훈처, 재향군인회, 통일부 지원기관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기관과 관변단체들의 새로운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히겠다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에도 정치권 공방이 수그러들기는커녕 확대되고 있는 것에 비례해 국민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8

민주당은 30일 통일부 지원을 받는 통일관과 국가보훈처 산하 재향군인회의 대선 개입 의혹을 새로 제기했다. 통일전망대 등을 설치해 관광·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통일관이 전국 13곳에서 지난 대선기간 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방영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국가보훈처의 ‘안보교육 동영상’과 같은 내용이라고 한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기식 의원은 “재향군인회는 법에 따라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데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와 직접 연루돼 SNS 활동을 통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앞두고 직제에 없던 청년국을 만들어 청년국 공식트위터로 박근혜 캠프 선대위 청년본부인 ‘빨간운동화’ 회원 모집 공고를 하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 비방 글도 SNS에 여러 차례 올렸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법원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 내역을 추가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물론 당사자 간 다툼이 있지만 지금까지 여권과 국정원의 설명과 달리 지난 대선에서 국가기관 등에 의한 선거개입이 보다 조직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개연성을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혹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중도에 수사팀장이 바뀌는 등 외압설이 불거진 마당에 검찰이 어떤 결과물을 내놔도 공정성,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검에 진상규명을 일임하고 정치권은 손을 떼라는 얘기다. 선거가 끝난 지 10개월이 넘었다. 대체 이 문제로 얼마를 더 허송해야 하는가.

대통령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안을 직접 대면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정권 때의 일”이라는 틀에 갇혀있는 한 사태 수습은 어렵다. 총리 담화의 효과도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본인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고 설명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이보다 더 큰 난제는 없다. 국가적 난제 앞에서 대통령은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최대한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