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면수심(人面獸心)과 다를 게 뭔가
입력 2013-10-30 18:16
충북지역의 30대 초반 초등학교 교사가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2살짜리 초등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어 입건된 사건은 충격적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참담하다. 경찰은 이 교사가 또 다른 초등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교사가 교단에서 버젓이 아이들을 가르쳤는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경찰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형법 305조는 13살 미만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 강제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 피의자가 자살 시도를 했다고 한다. 자신의 딸이 당했다면 순순히 풀어줬을지 묻고 싶다.
이 사건은 신성해야 할 교단마저 더 이상 성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다. 지난해에도 초등학생 제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맺은 뒤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던 강원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구속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경북에서는 유부남인 40대 후반의 고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던 반의 여학생과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어 이 여학생이 낙태수술을 받고, 여학생의 아버지는 자살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성(性)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을 추악한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천인공노할 범죄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까지 믿지 못한대서야 어떻게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는가.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통영 사건과 집에서 잠자던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를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하려던 나주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게 불과 1년여 전이다. 단속을 피해 독버섯처럼 인터넷 등 음지에서 번져가는 성매매와 교수, 변호사 등 사회지도층까지 가세한 ‘관음증 공화국’을 바꾸지 않고선 성범죄 근절은 요원하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들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나친 경쟁과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도덕성과 인성 교육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자식이 돈 때문에 부모나 형을 살해하는 패륜 사건이 비일비재하고 어린 자식을 때리고 방치했다가 숨지게 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받던 우리나라에서 인륜에 반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비뚤어진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범국가적으로 도덕성·인성 회복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기에 앞서 인생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사람 됨됨이에 대한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우수한 정신문화를 갖추지 못한 나라는 존경을 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