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불리기는 끝… 왕좌 차지만 남았다” 삼성·애플·구글 2차대전 불길 속으로

입력 2013-10-30 18:16 수정 2013-10-30 23:04


삼성전자, 구글, 애플의 ‘IT 삼국지’가 2차전에 접어들고 있다. 1차전이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쟁자와 기꺼이 손잡으며 세를 불리는 형국이었다면 이제는 상대방 영역까지 넘보며 ‘독식’을 노리는 구도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모델을 꿈꾸고 있고, 애플은 삼성전자가 장악한 중저가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삼성전자와 구글의 밀월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양사는 모바일 분야에서 손을 잡으며 ‘윈-윈’을 이뤄냈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갤럭시 시리즈로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구글은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의 도움으로 모바일 OS 시장을 장악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ABI리서치는 3분기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81%에 달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애플의 iOS는 14%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협력해 애플을 밀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양사가 독자 노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삼성전자가 28일부터 시작한 개발자 회의는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개발자 회의는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을 하나의 소프트웨어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강력한 하드웨어 제조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 입장에선 여러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돼야 ‘삼성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때 ‘바다’라는 모바일 OS를 개발했지만 생태계 구축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때문에 OS에 상관없이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확보한 뒤 상황에 맞게 OS를 선택하겠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멀티 OS’ 전략을 공식적으로 표방하고 있으며 인텔 등이 참여하는 오픈 소스 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Tizen)’ 연합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30일 “이번 개발자 회의에서 50개 세션 중 타이젠에 관한 건 1개뿐이다. 당장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타이젠으로 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안드로이드 유료화 등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미리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글은 하드웨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후 최근 첫 스마트폰 모토X를 선보인 데 이어 구글 글라스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앞으로 몇 달 내로 구글이 스마트 워치도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무료 개방형 스마트폰 하드웨어 플랫폼 ‘아라’ 계획을 발표했다. PC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사양대로 스마트폰을 조립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라’가 현실화되면 스마트폰 시장도 구글 통제 하에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은 고가 시장 개척의 한계를 느끼면서 보급형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아이패드 미니, 아이폰5C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다양한 사양과 가격대의 제품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삼성전자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셈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