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美 도청파문’ 비판 온도차

입력 2013-10-30 18:10

여야는 30일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35개국 정상을 도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한목소리로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선(先) 사실 확인, 후(後) 대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며 강경한 대응을 요구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는 미국에 한국 대통령도 도청 대상에 포함됐는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며 “도청 사실이 드러나면 엄중 항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소신을 갖고 명백히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마땅하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무시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인제 의원도 “외국 정상의 대화를 도청했다고 하면 응분의 조치를 하는 게 마땅한데 미국은 여야 불문하고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고 있다”며 “과연 우리 정보기관이 우리 대통령 통신의 비밀을 어떻게 보호해 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당당한 대통령이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독일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은 전화로 항의했고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도 취소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혜자 최고위원도 “세계가 떠들썩한 미국의 도청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온갖 실정에도 사과를 하지 않고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이번 일에는 왜 이렇게 저자세인가”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우상호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2006년부터 정상들을 도청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내용까지 미국이 들여다보고 우리는 발가벗겨진 채 협상을 한 것이라는 문제의식도 갖게 된다”며 “우방국 간의 신뢰를 훼손한 주권침해 행위인데 우리 정부가 ‘그럴 수 있지’ 이렇게 넘어간다면 주권 국가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