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stock] 코스피 27개월만에 최고치… 2060선 턱밑
입력 2013-10-30 18:09
30일 오후 3시, 주식시장이 닫힌 순간 외국인 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매매동향은 253억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43거래일째 이어졌던 외국인의 한국 증시 순매수 행진이 마감되는 순간인 듯했다. 하지만 잠시 뒤인 오후 3시1분, 한국거래소의 데이터를 받아 각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전송한 외국인 투자자 매매동향은 갑자기 624억원 순매수로 바뀌었다.
하루 종일 파란색이던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동향을 1분 만에 붉은 색으로 전환시킨 동력은 ‘동시호가’였다. 동시호가란 거래가 집중되는 주식시장 개장 직전 1시간과 폐장 직전 10분간 시장 참여자들에게 주문을 받아 한 번에 체결시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개·폐장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대량 매도·매수 주문을 내 가격을 왜곡하는 행위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운영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루 종일 코스피 주식을 처분하는 데 몰두했지만, 오후 2시50분부터 오후 3시까지는 900억원 가까이 사들인 셈이다.
거래소 시황분석팀 관계자는 “일정 수량과 금액을 염두에 두고 있던 외국인들이 장 막판에야 매수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리 컴퓨터에 주문내역을 입력해 두고 실행하는 비차익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외국인은 장 초반에는 주식을 1000억원 넘게 팔아치우고 있었다.
최근 44거래일간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투입한 돈은 14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 매수세가 앞으로 점점 약해질 것으로 본다. 이날처럼 외국인 매매동향이 장중에는 ‘팔자’였지만 장 막판 동시호가를 반영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사자’ 전환하는 거래일도 잦아지는 추세다.
거래소 관계자는 “연말 배당을 앞둔 시점이기도 해 큰 대외 변수가 없는 한 외국인 자금이 일거에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매수세는 둔화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 달러당 1060.2원에 마감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1050원대까지 떨어지면 외국인들에게 환차익 욕구가 일어나 자금을 달러로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막판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82포인트(0.38%) 오른 2059.58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1년 8월 3일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