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CEO 줄줄이 임기만료… 인사 태풍 불어오나

입력 2013-10-30 18:08 수정 2013-10-30 23:01


금융지주 회장 1명과 은행장 4명의 임기가 연말이나 내년 초 만료돼 곧 은행권에 ‘인사태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 내부에선 기존 수장이 연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화되면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몰라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주요 권력기관장 PK(부산·경남) 편중 논란이 은행권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쳐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다.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사인 신한금융지주 회장 인선은 11월 중순 이후 본격화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다음 달 중·하순 열리는 이사회에서 지배구조위원회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 전환해 후임 회장 인선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한동우(65) 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2010년 경영권 분쟁 사건인 ‘신한 사태’ 직후 구원투수로 2011년 취임한 한 회장은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장은 신한 사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조직을 무난하게 안정시켰다는 평가가 많은 데다 아직 눈에 띄는 대항마가 없어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연임에 반대하는 세력이나 정치권 지원을 받는 인사가 돌출할 가능성도 있다. 또 신한은행의 야당의원 계좌 불법조회 의혹이 최근 불거진 게 회장 인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회장에 앞서 조준희(59)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12월 27일 만료된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청와대 의중이 결정적이다. 보통 고위 경제관료 출신이 기업은행장을 맡아왔지만 내부 출신으로 처음 발탁된 조 행장이 연임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신충식(58) 농협은행장의 후임 인선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추천과 지주사 내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행장 후보가 정해진다.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 대표인 하나은행장과 외환은행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하나금융은 자회사 대표 임기를 2년으로 하고 1년씩 연임 여부가 정해지도록 했다. 현재로선 김종준(57) 하나은행장과 윤용로(58) 외환은행장 모두 첫 연임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2017년까지 두 은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결합을 추진하려면 최고경영진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옛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낸 것과 관련한 금융감독원 제재 수위에 따라 연임 전선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번 은행권 인사에 정치권의 PK 편중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기 만료 예정인 인사 중 한동우 회장과 김종준 행장이 부산 출신이다. 이명박정부 때도 강만수 산은금융회장(경남 합천), 이팔성 우리금융회장(경남 하동), 어윤대 KB금융회장(경남 진해) 등 때문에 PK 독식 논란이 일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