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한글 사랑 “한글의 과학적 창제 원리 매료”

입력 2013-10-30 18:00 수정 2013-10-30 23:18

“세종대왕이 온 백성들이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을 창제한 것처럼 구글도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인이 한국 문화를 편리하게 접하고 알아가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에릭 슈미트(58) 구글(Google) 회장이 한글을 예찬했다. 슈미트 회장은 30일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세계 속 한국 문화의 융성을 위한 협력 확대 방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한글 등 한국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일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와 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슈미트 회장은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 한글의 과학적인 창제 원리에 오래전부터 매료돼 한글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한글에 대해 “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체계화하려는 시도가 600년 전에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글자를 가진 나라로 디지털 기술이 앞서 나갈 수 있는 것도 한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반만년의 역사를 지녔고 구글은 역사가 15년밖에 안되지만 한국 문화의 풍요로움을 세계에 알리게 돼 기쁘다”며 “구글에서 전하는 한국 문화는 크게 한글, 영화, 한복, 한옥 등 네 가지 아이템인데 이를 접속하는 이의 90% 이상이 외국인이고 한국인은 10%도 안 된다”고 소개했다. 또 “구글을 통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접속한 사람의 1%만 K팝을 배운다 해도 1800만명인데, 이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1년 관람객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이날 문체부와 함께 한국 문화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내놓았다. 내년 개관 예정인 한글박물관에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어린이 한글 체험실’과 외국인을 위한 ‘한글 배움터’ 등을 마련한다. 아울러 미술과 역사 등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구글 문화연구원을 세우고 각종 문화 자료를 디지털 방식으로 보존해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글은 이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등으로부터 다양한 자료를 받기로 했다.

발표를 마친 후 유 장관과 슈미트 회장은 패널에 각각 ‘한글’과 ‘사랑’이라는 글씨를 나눠 쓰며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어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논현동 쿤스트할레에서 ‘한국 문화를 세계로’라는 주제로 열린 ‘빅텐트 서울 2013’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구글의 인재상에 대해 “노동자가 아닌 똑똑한 동료와 함께 일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