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끝나가는데… ‘민생 이슈’ 어디로 갔나

입력 2013-10-30 17:54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이 이슈를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민생 이슈들이 묻혀 버렸다는 지적이다. 국감을 앞두고 여야는 기초연금, 세제 개편안, 전세대란 및 부동산 거래 활성화, 경제민주화 등을 집중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국감이 끝나가는 시점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는 ‘중산층 및 직장인 유리지갑 털기’라는 비판과 함께 수정안까지 나왔던 세제 개편안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기재위 종합감사를 하루 앞둔 30일 현재까지 세제 개편안 문제는 여야 모두 국감장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다.

기재위 관계자는 “어차피 연말에 예산을 논의할 때 다뤄야 할 문제이다 보니 국감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세금이라는 높은 국민적 관심을 감안하면 여야가 좀더 비중 있게 다뤘어야 했다”고 말했다.

여야 간 빅딜설까지 나왔던 전월세 대책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 등도 국감 초반에 반짝하는 데 그쳤다. 지난 14일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전월세 상한제 등을 촉구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 폐지를 주장하며 이견만 확인하고 말았다.

대선 공약 후퇴 논란에 휩싸인 기초연금 문제의 경우 민주당은 공세, 새누리당은 방어에만 치중하면서 민생 문제가 정쟁 이슈로 변질된 측면이 강하다.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보장 강화 문제도 국민건강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지만 공약 후퇴 논란이라는 정쟁에 묶여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경우 쌀 목표가격 인상 문제가 핫이슈였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고, 급기야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 현장에 농민 10여명이 진입하는 파행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80㎏당 17만4083원을 제시했고, 농민들은 23만원을 주장하고 있다. 농림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쌀 목표가격의 경우 쌀직불금은 물론 장기적으로 쌀값에도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며 “그러나 농민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한 탓인지 여론의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아 정책 점검 자체에 한계가 있었고, 산하 단체 등에 공석이 많아 원활한 정책 국감이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예산 누수와 행정 비효율 등을 지적하며 생활밀착형 국감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대선 불복 이슈를 꺼내고, 우리도 거기에 대응하다 보니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 부분이 있었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민주당 문병호 정책위 부의장은 “정치 이슈가 부각되면서 민생 관련 이슈가 뒤로 밀린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정부가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고, 답변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아 국감 진행이 잘 안됐다”고 질타했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