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공소장 변경] 野 공세 수위 높아질라… 靑 ‘침묵 & 당혹’
입력 2013-10-30 17:55 수정 2013-10-31 08:55
법원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자 청와대는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오늘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참모들 사이에) 어떤 얘기도 오간 게 없다”고 전했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청와대가 왈가왈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당혹감이 역력한 표정이다.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벌어진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의 항명파동이 겨우 수습국면에 들어섰다고 여겼는데, 법원이 윤 지청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야당이 정치공세 수위를 다시 높일 게 자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이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의 지도력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김 내정자가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도 밟기 전에 법원으로부터 ‘한방’ 맞으면서 윤 지청장발(發) ‘검찰 내분’을 수습할 동력을 일정 부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 내정자는 공소장 변경이 검찰 자신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마당에 이 사건 수사팀에 조사 수위를 낮추라고 지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윤 지청장 소신대로 수사를 밀어붙일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하게 됐다.
전체적으로 청와대가 가장 경계하는 ‘경우의 수’는 이번 법원 결정이 국정원 정치 글 의혹을 전방위로 확대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야당이 국감에서 그동안 불거지지 않았던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글 의혹과 재향군인회 개입 등을 찾아내 폭로했던 만큼 공소장 변경으로 원 전 원장 재판 과정에서 추가 의혹이 튀어나올 경우 이번 사건은 진정되기는커녕 더 큰 파문을 몰고 올 폭탄의 뇌관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한편 공소장 변경의 주요 당사자인 국정원 측은 “사법부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만 피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법부가 고심 끝에 내린 판단인데 우리야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불만이라든지 그런 건 없다. 번거로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윤 지청장이 공소장에 적시한 트위터 글 전체가 자신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대선개입 활동이라는 대목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스탠스다. 이미 상당수 트위터 글이 대선과 상관없는 개인의 글이거나 선거개입 목적이 아닌 북한 견제 여론조성용이었다는 주장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