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공소장 변경] 국정원 심리전단 ‘트위터 활동’도 법적 판단 받는다
입력 2013-10-30 17:55 수정 2013-10-30 22:19
법원이 국가정보원 사건 특별수사팀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면서 국정원 심리전단의 ‘트위터 활동’도 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공소장 변경을 강행했던 수사팀으로서는 일단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그러나 공소장 변경까지의 절차적 문제, 트위터 글 5만5000여건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댓글과 트위터 글, ‘구조 동일’ 인정=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가 30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것은 이미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인터넷 댓글 작업과 새로 추가하겠다는 트위터 활동의 동일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수사팀의 공소 논리를 일단 받아들인 것이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지휘계통을 거쳐 심리전단 4개팀 70여명에게 하달돼 조직적 대선·정치개입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 역시 심리전단 3팀(커뮤니티팀)의 댓글 작업과 5팀(SNS팀)의 트위터 글 퍼 나르기 행위를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판단했다. 실행 주체는 다르지만 지시자와 활동 양상 및 목적은 같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팀은 공소장 변경 허가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받아내기가 보다 수월해졌다고 인식한다. 트위터 글 5만5689건은 검찰이 지난 6월 1차 기소할 때 밝힌 인터넷 게시글 1977건에 비해 28배나 많은 분량인 데다 글의 내용도 훨씬 위중하다는 평이 많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트위터 내용을 보면 ‘박근혜 여성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문(재인) 의원 대북관은 종북을 넘어선 간첩 수준’ 등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경쟁 후보에 대한 비난이 직접적으로 담겨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서울고법은 민주당이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등에 대한 기소를 명령했다. 법원이 연속해서 국정원 상층부와 실무자들 간의 연결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공소장 변경 ‘양날의 칼’ 될 수도=공소장 변경이 곧 유·무죄 여부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결정이 검찰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수사팀으로서는 트위터 글 5만5689건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재판부도 “차후 증거 조사 과정에서 증거 능력이 있는지 충분한 다툼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 측은 ‘증거 수집의 위법성’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2011년의 대법원 판례도 ‘기소 이후 검사가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 이외의 판사에게 발부받은 영장으로 압수수색을 했다면 원칙적으로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돼 있다.
수사팀으로서는 트위터 글 5만5689건이 국정원 직원들의 소행이라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이 가운데 2만7000여건에 대해서는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고 ‘성명불상자’로 기재했다. 증거 보강을 위해서는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국정원 측은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불상자로 넘긴 2만7000여건이 범죄 혐의에서 결국 삭제될 경우 전체 공소사실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재판부가 신속한 절차를 주문한 만큼 수사팀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편 전임 수사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수사팀은 공소장 변경이 허가되면서 ‘항명 행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얻게 됐다. 다만 대검이 진행 중인 감찰은 내부 절차 위반 사안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감찰 결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