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주춤한 삼성그룹주펀드 오히려 지금이 매수 적기다”

입력 2013-10-30 17:31 수정 2013-10-30 23:11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펀드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올해 수익률만큼은 예년 같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명확한 상승세가 보여야 투자자들이 확신을 가질 텐데요…”

“물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상황임을 압니다. 하지만 명백한 확신을 가질 때엔 이미 투자 적기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 5층 연수실. 한투운용은 각 증권사의 펀드상품 담당자들을 모아 ‘삼성그룹주펀드’의 운용 전략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 20개 내외의 우량 삼성그룹 관련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삼성그룹주펀드는 2004년 출시 이후 운용자산이 4조원을 넘을 정도로 꾸준히 시장의 인기를 얻었다. 2011년을 제외하면 삼성그룹주펀드는 현재까지 매년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발표를 하는 펀드매니저나 판매 담당자나 삼성그룹주 펀드가 펀드시장의 ‘스테디셀러’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확신을 얻고 싶어하는 판매 담당자들은 한투운용에 많은 질문을 던졌다. 삼성그룹주펀드가 올해 중소형주 중심의 장세 속에서 주식시장 평균보다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 관련주를 매수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차익 실현에 나서며 자금이 빠져나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었다. 지난 3분기(7∼9월) 삼성그룹주펀드의 운용 성과가 5.62%로 코스피200 편입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보다 2% 포인트 가량 낮다는 자료가 화면에 제시되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한투운용 백재열 부장(펀드매니저)은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짐짓 확신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가는 실적의 그림자라는 말을 상기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삼성그룹주펀드가 매수 적기입니다.” 연초 이후 뱅가드펀드(세계 3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뱅가드 그룹이 운용하는 펀드)의 자금 리밸런싱, 이머징마켓 펀드 환매 등에 시달리던 삼성그룹주펀드는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는 주장이었다. 상반기 ‘꼬리칸의 반란’이 있던 주식시장 분위기와 달리 최근 들어서는 대형주의 소외 현상이 완화되는 흐름이 뚜렷해진다는 점도 근거로 작용했다.

백 부장은 “주요국의 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이슈, 수급 및 환율 등의 악재들은 이미 상당부분 주식시장에 반영됐다”며 “이 이슈들이 정점을 통과하는 시기가 임박했고, 지금이야말로 기존 시장 추세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국면으로 본다”고 말했다. 4분기 실적이 나온 뒤에는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고, 이후에는 경쟁력을 가진 삼성그룹 관련 주식들이 점점 유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여졌다.

한투운용은 현재의 삼성그룹주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점까지 제시했다. 특히 한때 140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다는 의견이었다. “이 가격이 정당하려면 스마트폰 이외의 사업부문 실적이 현 수준에서 정체되는 가운데 스마트폰의 마진율이 반토막나는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는 설명도 나왔다. 각 증권사에서 간담회에 참석한 펀드 판매 담당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투운용은 30일 “현재 시점은 향후 삼성그룹주의 실적이 다른 상장기업들에 비해 크게 약화되거나 삼성그룹주의 주가 수익률이 코스피에 비해 더욱 높아지는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안내했다. 백 부장은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장기 기업가치 등 주요 변수를 고려해 안정적 성과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