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평범한 고등학생이 간첩이라니… 11월 6일 개봉 새 영화 ‘동창생’
입력 2013-10-30 17:16
남파 공작원은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특히 남북간 화해 기류가 무르익고 북한에 대해 언급하는 게 이전보다 자유로워진 1990년대 후반부터는 ‘간첩’을 재료로 삼은 수많은 작품이 극장에 내걸렸다. ‘쉬리’(1999) ‘이중간첩’(2003) ‘의형제’(2010)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그렇다면 남파 공작원이라는 소재가 영화에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빚어내는 아픔을 되짚고 이를 통해 ‘좋은 영화’라면 갖춰야 할 사회성까지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일 거다. 아울러 조국이라는 이름에 짓눌린 ‘개인’의 문제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는 6일 개봉하는 ‘동창생’ 역시 남파 공작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북한 내부가 어수선했던 2011년이다.
작품은 열아홉 살 밖에 안 된 공작원 리명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는 여동생 혜인을 살리고 싶으면 공작원이 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기술자’로 불리는 킬러로 거듭난다. 그리고 탈북자로 가장해 남한에 들어와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
동시에 그는 철두철미하게 지령을 완수해나간다. 문제가 되는 인물들은 깔끔히 제거한다. 하지만 명훈의 얼음같이 차가운 모습 뒤엔 10대 소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설 때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린다.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이런 명훈에게 그나마 위안이 돼주는 사람은 남한의 학교에서 만난 이성 친구이자 북한에 두고 온 동생과 이름이 같은 이혜인 뿐이다.
‘동창생’은 인기그룹 빅뱅의 멤버 탑(본명 최승현·26)이 명훈 역에 캐스팅돼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는 이미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판매됐다. 탑은 첫 스크린 주연작인 ‘동창생’에서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혼돈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명훈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화려한 액션 장면도 맛깔나게 표현한다.
이혜인 역을 맡은 배우 한예리(29)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간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선 굵은 연기로 호평 받은 윤제문(43) 조성하(47) 등 연기파 배우들도 출연해 영화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연출은 ‘고지전’(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등을 만든 박홍수 감독이 맡았다. 15세가.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