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형식 ‘마음에서 마음으로’ 에세이집 펴낸 작가 이외수

입력 2013-10-29 19:11

“대상과 이분화되면 생각 나와 합일되면 그게 마음”

마음의 감성이란 게 있다. 8년 전 강원도 춘천을 떠나 홍천 감성마을에 살고 있는 이외수(67) 작가의 지론이다. 생각에 의존해 사는 삶보다는 마음에 의존해 사는 삶을 살겠다고 한 것이 그에겐 구원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생각이고 무엇이 마음일까. 대답은 이렇다. “대상과 내가 이분화되면 생각이다. 대상과 내가 합일되면 그게 마음이다.”

깊어가는 가을 길목에서 대담 에세이집 ‘마음에서 마음으로’(김영사)를 낸 이외수를 29일 서울 정동에서 만났다. 지난해 가을부터 총 80시간 분량의 긴 대담을 진행한 소설가 하창수(53)가 배석했다.

이외수는 “작가는 이론보다는 작품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낀 철학이나 생각을 작품 외적으로 펼쳐본 최초의 책이자 가장 논리적인 책”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흥부가 다리 부러진 제비를 치료해준 것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에 비해 놀부가 ‘나도 똑같이 하면 부자가 된다’는 생각에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분지르는 게 생각이지요. 마음으로 사는 게 훨씬 작가답고 인간다울 수 있는 겁니다.”

마음과 생각을 흥부와 놀부에 비유하는 그의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은 의외의 결과물을 뽑아내기도 한다. 에세이집도 그런 결과물이다. 낮 12시에야 일어나는 오후형 인간 이외수와 20년간 줄기차게 만나온 하창수가 이번 참에 작정을 하고 득달같이 쫓아다니며 그의 작품 40여권에서 뽑아낸 질문들을 던졌지만 이외수의 대답은 예상치 않은 방향에서 나왔다. 예컨대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면’이란 질문에 그는 ‘하늘에 시 하나 걸어놓고 떠날 것이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예술, 인생, 세상, 우주를 주제로 설정해 한 주제 당 20시간을 할당한 대담은 이외수 특유의 기지와 가치관이 숨쉬고 있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인데 육안(肉眼)의 범주에만 머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심안(心眼)이나 영안(靈眼)까지 밀어붙여야 합니다. 예술은 그리로 가는 징검다리죠.”

에세이집 출간을 계기로 슬슬 손이 풀려 6·25전쟁 당시 파로호에 수장된 중공군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 ‘파로호’를 단 며칠 만에 탈고했다는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이렇게 털어놨다. “40권의 책을 냈지만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무, 불, 흙, 재, 물 등 동양 오행설을 근본으로 한 다섯 권짜리 소설을 써볼 생각입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