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기독인의 시선 부산 벡스코로… WCC총회, 21세기 길을 찾는다

입력 2013-10-29 18:35 수정 2013-10-29 21:10


교회 내 약자들의 입장을 수렴해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 반영시키는 4개 사전대회(여성, 청년, 장애인, 원주민)가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폐막됐다. 1만1000㎞를 달려 온 평화열차도 이날 부산 남항동 땅끝교회에서 도착 감사예배를 갖고 23일간 이어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여성 사전대회 둘째 날 일정에선 인신매매와 에이즈, 강간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이 자리에선 콩고 수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신매매 사례가 발표됐다. 발표자들은 “인신매매는 현대판 노예제도로 여성 아동이 가장 큰 피해자”라면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범죄산업인 인신매매 종사자들은 1년에 32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나이키, 스타벅스보다 더 큰 규모다”라고 지적했다.

발표자들은 “매년 80만명이 인신매매를 당하는데 성적 착취뿐만 아니라 학대, 강제 노동, 장기적출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선 가축한테 쓰는 옥시토신 주사를 9살짜리 여자 아이에 놓고 굴곡진 몸매를 만들어 매춘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매춘은 에이즈로 이어지는데 교회에선 이러한 불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인신매매 폐지를 위한 기도의 날 등으로 연대해 저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전대회 참가자들은 가부장제 철폐와 인신매매, 에이즈 문제를 총회 정책에 반영시키기로 했다.

청년대회 참가자들은 이틀에 걸친 소그룹 토론을 생태정의와 다문화(이민), 화해 등 3가지 주제로 취합했다. 청년들은 소비주의 속 교회가 ‘환경정의(eco-just)’를 실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민이 늘어나면서 다종교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종교간 대화와 교류, 타문화에 대한 개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청년대회 참가자들은 “갈등을 평화로 바꾸는 일에 소홀했던 교회의 모습을 반성하고, 갱신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장애인 원주민 사전대회 참석자들도 인권, 정의, 정체성 문제 등 주요 이슈를 정리했으며, 30일 개막되는 WCC 제10차 총회에 직·간접적으로 반영시키기로 했다.

한편 평화열차 도착 감사예배에는 평화열차 참가단 100여명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WCC, 부산 지역 목회자 및 성도 150여명이 참석했다. 평양 통과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참가자들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더 큰 목표를 가슴에 새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한수연(20·여)씨는 “흔들리는 좁은 기차 안에서 드렸던 주일예배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 통일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활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레베카 프로이즈(23·여)씨는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에서도 한국의 통일 문제에 대해 듣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귀국하면 배우고 느낀 것을 주변에 적극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일개신교연합회(EKD) 아시아 담당 국장 폴 오펜하임 목사는 설교에서 “기차에 일단 오르고 나면 기차의 속도나 방향에 대해 관여할 수 없는 것처럼, 기독교인의 인생도 하나님의 계획에 개입하기보다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아가야 한다”며 “베를린에서 부산에 이르는 평화열차를 통해 우리는 모두 겸손하게 하나님과 함께 걷는 법을 배웠다”고 전했다.

부산=김지방 박재찬 백상현 최승욱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