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 통화 도청 중단 검토” 美정부 내부 조율… 오바마 “정보수집 범위 조정”
입력 2013-10-29 18:28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34개국 정상 ‘도청 사건’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미국이 각국 정상에 대한 도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메르켈 총리 도청으로 사태가 악화된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며 “아직 내부 조율 중으로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감시행태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당장 문제가 된 정상 도청이라도 중단, 급한 불을 끄자는 심산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국가안보국(NSA)의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백악관에서 가진 ABC뉴스의 케이블채널인 ‘퓨전’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NSA의 정보수집 활동은 오로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진행돼왔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활동 범위가 광범위하게 확장돼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활동 수준이 적정한 것인지, 정말 필요한 일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재검토에 착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도 “NSA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규명이 필요하다”며 “NSA가 우방국에 대한 정보수집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백악관 측에서 알려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의 도청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기밀정보로 분류된 사항에 대해서는 입을 열 수 없다”고 했다.
독일은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을 직접 조사해서라도 메르켈 총리의 도청 사실을 확인해야겠다고 벼르고 있다. 스노든은 NSA의 감시 행태를 폭로한 뒤 러시아로 망명했다.
페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은 뉴스전문 TV채널인 N24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검찰이 러시아 영사관을 통해 스노든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비네 로이토이서 슈나렌베르거 법무부 장관도 스노든의 증인 신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독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스노든을 독일 의회에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