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에어버스 “동북아 하늘 점령하라”

입력 2013-10-29 18:33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는 지난 7일 일본항공(JAL)과 최대 56대의 A350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난공불락과 같았던 일본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JAL과 전일본공수(ANA)로 대표되는 일본 상용기 시장이 그간 미국 보잉의 텃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에어버스의 수주는 말 그대로 ‘사건’이었다. 두 거대 항공사의 동북아시아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수주전에서 패배한 쪽인 랜디 틴세스 보잉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29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보잉과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해온 JAL이 경쟁사 기종을 도입해 실망했지만 아직 보잉의 인도할 기종이 남아있고, 향후 두 회사 모두 기회를 앞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어버스가 일본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보잉과 에어버스의 공중전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보잉은 향후 20년간 동북아(중국 제외) 시장 상용기 수요가 1360대, 금액으로는 2800억 달러(약 29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동북아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일본에서의 변화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현재 ANA의 경우 전체 238대 항공기 중 199대, JAL도 214대 가운데 166대가 보잉 기종일 정도로 일본은 보잉의 안방이었다. 보잉이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해 협력관계를 구축한 게 시장 장악에 도움을 줬다. 미·일 간 정치적 긴밀함도 수주전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ANA와 JAL이 선제적으로 도입한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B787에 잇따라 결함이 발견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0년 파산해 일본 2위 항공사로 내려앉은 JAL 입장에선 비용 절감과 위험 분산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JAL과의 첫 수주에 고무된 에어버스는 2020년까지 현재 13%인 일본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동북아에서 35∼40% 비중을 차지할 국내 수요는 엇갈린다. 대한항공은 전체 148대 중 보잉이 115대다. 도입이 결정된 58대 항공기 중에서도 B787을 포함한 보잉 기종이 39대로 대부분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83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49대가 에어버스 기종이다. A350 30대를 비롯해 도입이 확정된 36대는 모두 에어버스 기종이다.

저비용 항공사는 모두 리스로 운용 중이지만 수리 등의 편의성 때문에 기종을 단일화해 보잉의 B737을 주로 쓰고 있다. 아시아나 계열사인 에어부산만 에어버스를 함께 운용 중으로 2016년까지 에어버스 기종으로 단일화할 예정이다.

20년 후 미국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은 5000대의 상용기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에어버스가 조립라인을 중국에 건설한 데 이어 보잉은 부품 구매와 합작 벤처 등을 통한 수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틴세스 부사장은 “20년 전에는 유럽과 북미가 전 세계 여객 수요의 73%를 차지했지만 20년 뒤에는 아·태 지역 및 중국 비중이 높아져 유럽 및 북미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