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힘들다” 볼멘소리하는데… 한국 기업환경 세계 최상위권

입력 2013-10-29 18:25 수정 2013-10-29 22:50


정부의 각종 규제와 경제민주화 추진으로 “기업하기 힘들다”는 기업들의 볼멘소리와 달리 한국의 기업환경은 세계에서 최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세계은행(WB)이 발표한 ‘2013년 기업환경평가’에서 한국이 평가대상 189개국 중 7위를 기록해 지난해(8위)보다 한 단계 상승했다고 29일 밝혔다. 한국은 2011년(8위) 처음으로 10위권 내 진입한 이후 3년 연속 ‘톱 10’ 지위를 유지했다. 주요20개국(G20) 가운데 미국(4위)에 이어 두 번째로 순위가 높다.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1위)와 홍콩(2위), 말레이시아(6위)는 강세를 보인 반면 일본(27위), 중국(96위)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평가항목 중에서 한국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법적분쟁 해결(2위)과 전기 연결(2위) 분야였다. WB는 한국 법원이 2010년 도입한 전자소송 시스템을 ‘우수 사례’로 소개하며 소송절차를 간소화해 투명성과 보안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온라인을 활용한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세금 납부 분야가 지난해 30위에서 25위로 뛰어올랐고, 건축 인허가 항목도 지난해 26위에서 18위로 올랐다.

한국은 세부지표 33개 중 건축 인허가 비용, 전기연결 소요시간 및 비용 등 규제 관련 8개 항목이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반면 창업 부문은 지난해 24위에서 34위로, 투자자 보호 부문은 49위에서 52위로 떨어지는 등 기업활동 관련 항목에서 점수가 깎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행정서비스가 빨라지면서 기업의 업무부담이 줄어든 부분이 반영됐다”며 “퇴출 단계에서는 2011년 패스트트랙(회생절차 조기종결)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때 기업과 투자자의 비용부담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WB는 기업이 창업부터 퇴출까지 생애주기 동안 겪는 규제를 창업·건축 인허가·전기연결·재산권 등록·자금조달·투자자 보호·세금납부·국제교역·법적분쟁 해결 등 10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다. 가령 창업 부문은 내국인 5명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10배 규모 자본금을 가지고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주식회사를 창업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이후 창업자가 정부기관과 접촉하는 데 필요한 절차, 소요시간, 창업비용, 은행에 예치하는 최소자본금 등에 점수를 매긴다.

이번 평가에서 재산권 등록 분야는 75위로 평가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로 등기와 관련된 재산권 등록 분야는 여전히 절차가 번거로워 우리가 가장 취약한 분야”라며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