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高 희망 학생 사교육비 일반고 3배
입력 2013-10-29 18:19
자율형 사립고(자율고)와 특목고 입학을 원하는 중학생이 일반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3배 가까이 더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율고의 ‘학생 선발권’을 유지토록 한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두고 ‘일반고 죽이기, 자율고 살리기’란 비판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중학교 3학년 2273명, 고등학교 1학년 2769명 등 5042명을 대상으로 사교육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월평균 10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비율은 일반고 진학 희망자의 경우 13.1%에 그쳤지만, 자율고 희망자는 31.0%나 됐다. 외국어고·국제고 희망자는 28.1%, 과학고·영재학교는 38.2%가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썼다.
고교 입학 전 한 학기를 초과하는 선행학습을 하는 비율도 특목고·자율고 희망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반고는 24.0%에 그쳤지만 과학고·영재학교는 84.3%, 외고·국제고 64.3%, 자율고(평준화 및 비평준화지역 자율고·구 자립형 사립고 포함)도 57.6∼69.5%로 나타났다.
중학교 사교육 바람은 고교 진학 이후에도 계속됐다. 사교육을 받고 있는 고1 학생 중 고2 과정 이상의 수학 사교육을 받고 있는 비율은 일반고 11.5%, 자율고 30.7∼68.0%, 외고·국제고 24.0%, 과학고·영재학교 85.4% 등이었다.
일반고 교사 11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1.5%는 “일반고 슬럼화에 자율고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80.5%는 “자율고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서울 강북의 S고 1학년 담임 김모(39) 교사는 “자율고는 학생들의 과도한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유발하고 일반고의 교육 여건을 악화시키는 등 폐해가 크다”며 “지금이라도 교육 당국은 자율고 선발방식을 선지원 후추첨 제도로 바꾸고 선발 시기를 후기학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고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진희(41·여)씨는 “사교육비 실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일부 학교에 성적 우수 학생 선발권을 주는 것은 학부모에게 교육비를 떠넘기는 처사”라며 “곧 있을 자율고 모집을 앞두고 벌써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서 자율고에 현재보다 더 많은 교육과정 자율권을 주면서 국·영·수 시수는 일반고와 같은 제한을 두지 않았다”며 “이는 자율고가 설립 취지와 다르게 입시 명문고를 지향하는 걸 방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