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 원격 진료 2015년 시행

입력 2013-10-29 18:19 수정 2013-10-29 22:39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보건진료소에는 20㎞ 떨어진 횡성보건소와 원격으로 연결할 수 있는 온라인 화상진료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그 덕에 당뇨병·고혈압이 있는 마을 노인들은 하루반나절을 들여 보건소까지 오가던 수고를 덜었다. 하지만 횡성보건소 의사가 환자 상태를 보려면 간호사인 소사보건진료소장이 전자 청진기를 환자에게 대주는 등 의료인이 반드시 참관해야 하는 제약이 따랐다. 현행법상 ‘의사-의료인(간호사 포함)’ 간 원격 진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르면 2015년 하반기부터 보건소나 동네의원 의사가 의료인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 화상통신 등을 이용해 환자를 직접 진단하고 처방까지 내릴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동네의원 중심의 의사-환자 간 원격 진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도 의료인이 원거리 환자의 질병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상담·교육하는 ‘원격 의료’는 가능했지만 진단과 처방을 포함한 진료행위, 즉 ‘원격 진료’가 도입되는 건 처음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의 시범사업에서 만성질환 관리 등에 원격 의료가 효과적이라고 평가됐고, 미국 일본 등 외국도 의사-환자 원격 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원격 진료 대상은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 재진 환자 중 상시적 질병 관리가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 혈압·혈당 수치가 안정적인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나 상당 기간 진료를 받는 정신질환자, 수술 후 퇴원했으나 집에서도 추적 관찰이 필요한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과 도서·벽지 주민,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군·교도소 등 특수지역 거주자 등은 재진뿐 아니라 초진도 원격 진료가 가능토록 했다.

원격 진료 가능 의료기관은 동네의원으로 한정된다. 첨단 원격 의료 장비 등을 갖춘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다만 수술 퇴원 후 관리가 필요한 재택 환자나 군·교도소 등 특수지역 환자,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는 병원급에서도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안을 확정해 연말이나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사협회 등의 반발과 국회 심의 과정의 진통이 예상돼 실제 시행은 빨라야 2015년 7월쯤이 될 전망이다. 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환자를 대면(對面)하지 않고 진단하는 원격 진료는 의료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특히 수술 후 재택 환자의 경우 병원급에서도 원격 진료가 이뤄지면 초진 단계부터 (나중에 원격 진료를 감안해) 대형병원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늘 것”이라며 “큰 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10∼20년 지나면 동네의원이 줄어 의료 접근성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병원 시설을 갖추지 않고 원격 의료만 하는 상업적 의료기관의 등장, 원격 의료 시스템의 오작동, 오진 책임 규명의 어려움, 의료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도 해결 과제로 지적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