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정면돌파… 여권, 강력 ‘개혁 카드’ 꺼내나
입력 2013-10-29 20:18 수정 2013-10-29 22:29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 국정원 개혁 방안을 꺼내 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여권은 국정원에 강도 높은 자체 개혁안을 주문했고 국정원은 막바지 정리 작업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이 같은 방침은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국정원 문제를 파격적인 개혁안으로 매듭지음으로써 끝이 안 보이는 정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내용 없는 대국민 입장 표명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더 생산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정원의 정치 글 논란이 전(前) 정부의 일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것은 무리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자체 개혁안이 나오지 않아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면 민주당이 요구한 내용을 포함해 여러 가지 안이 올라갈 것이고 열린 마음으로 논의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민주당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수사권 이관, 국내 파트 해체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 외의 것들은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대공 수사권을 포함한 수사기능의 전면 이관, 국내정보 수집기능의 전면 이관, 국회의 민주적 통제 강화, 정보기관원의 국회 및 정부기관 파견·출입금지 등 7대 과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주장이 종북세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개혁안을 역으로 제시해 국면 전환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정보위원회 산하에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감독위원회를 신설해 예산통제를 강화하고 국정원의 자료제출 거부권을 폐지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국정원은 당초 이달 안에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국정원 정치 댓글에 이어 트위터 작성,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글까지 의혹이 더해지자 국정원이 개혁안 수정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정보위원은 “다음 달 4일이 국정원 국정감사인데 아직 관련 보고조차 없다”며 “당분간은 개혁안을 못 내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수는 있는데 포수가 없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이 개혁안을 국회로 보냈을 때 이를 논의할 기구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회 내 특위 설치를, 새누리당은 정보위 내 소위 구성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정보위원은 “제출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상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뒤에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안의 조속한 제출을 촉구했다. 당 국정원개혁추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문병호 의원은 “현재까지 공개된 셀프개혁안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개악안”이라며 “그것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예 개혁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권지혜 정건희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