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건설사 “실탄 비축해 한파 넘자”
입력 2013-10-29 18:11 수정 2013-10-29 22:57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증자와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고, 중견 건설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현금 확보 노력=경남기업은 29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남기업은 연말까지 공사유보금 회수, 담보대출 등으로 3000억원을 마련해 차입금 상환 등에 쓸 계획이었다. 경남기업은 2009년 1월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돼 2011년 5월 졸업했지만 국내외 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적자 전환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렇듯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은 앞다퉈 현금 확보에 나섰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서울 도곡동 등에 위치한 1500억원 안팎의 사옥 2채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은 서울역 GS 역전타워와 송파구 문정동 롯데마트 건물 등 자산 매각을 추진했으며 1조5000억원 규모의 유보 현금을 확보해 놓고 있다.
SK건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SK와 SK케미칼 등 주요 주주 참여로 4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동부건설은 서울 동자동 오피스빌딩 지분 매각과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 등으로 연말까지 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키로 했다.
건설사들은 이런 노력으로 올해 위기를 넘기면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은 올해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자산 매각과 현금 유보액이 충분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 연간 적자 규모를 8000억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연말 전후로 적자가 지속되고 자금 확보가 어려운 건설사는 추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견 건설사는 비주택 분야로 사업 확장=중견 건설사들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2011년 무주덕유산리조트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전남 순천시에 퍼블릭 골프장의 문을 열었다. 부영은 제주도 중문관광단지 내에 호텔과 리조트 레지던스를 시공 중이다. 서울에서도 소공동과 성수동 뚝섬에 호텔 부지를 확보해 놓고 사업 착수 시기를 엿보고 있다.
호반건설은 쇼핑몰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 판교신도시에 고급 식음료점이 입점한 스트리트몰 ‘아브뉴프랑’을 오픈하며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성공적이어서 2015년에 광교신도시에 두 번째 쇼핑몰을 열 예정이다..
레미콘 업체에서 출발한 유진기업은 금융, 물류, 유통업 진출에 이어 최근에는 유진에너팜을 설립해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분야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한라건설에서 사명을 바꾼 한라도 토건 분야에서 환경과 에너지, 발전, 정보통신(IT), 자원개발, 물류 등 신규 부문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