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목소리 실종 새누리, 막무가내 강경 발언 민주… 참신한 초선들 다 어디로?

입력 2013-10-29 20:19 수정 2013-10-29 22:29


여야를 막론하고 초선 국회의원에게 기대하는 신선하고 개혁적인 ‘정치 신인’의 모습이 실종됐다. 전체 의원 300명 중 초선 의원은 147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파워그룹’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초선들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민주당 등 야권 초선은 목소리만 키웠지 제대로 된 방향성이 없다.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라는 국민의 바람과 달리 이들은 벌써 구태에 빠져 정파적 입장만 내세우는 등 초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새누리 초선들=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당내 ‘내부 정치’가 사라졌다”며 분위기를 요약했다. 국가정보원 및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 글’ 의혹, 부산·경남(PK) 편중 인사 논란 등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전선(戰線)에서 일치된 입장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내부 토론도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여당 중진들 사이에서는 “초선들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지도부 입맛에 맞춰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는 불만 기류가 많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 28일 야당 초선의 내각 총사퇴 카드에 여당 초선들이 맞불 회견을 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초선의 패기가 사라진 이유로는 이들 대다수가 정책 전문가로 짜여져 있어 정치와 거리를 두려 한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당내 초선 의원 모임인 초정회(초선의원 정책 모임)의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공천 자체가 공약 개발을 염두에 두고 행해졌다. 안종범(공약 총괄) 강석훈(경제민주화) 민병주(과학) 김현숙(여성정책) 신의진(사회안전망) 등 비례대표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런 무기력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은 “세법개정안과 기초연금안 등 논란이 된 공약들의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초선들이 반론권을 스스로 내려놓은 측면이 있다”고 고백했다.

◇막 나가는 민주 초선들=민주당 초선에게는 당을 수세로 몰아넣는 ‘막무가내식’ 강경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내각 총사퇴’ ‘청와대 전면 개편’ ‘특검 실시’ 등을 요구한 일부 초선들의 성명에 대해선 뒷말이 많다. 한 마디로 오판했다는 것이다. 한 지도부 의원은 “‘대선불복’ 프레임에 가두려고 공세가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초선들의 과격론 때문에 ‘내부 갈등설’ ‘지도부 고립론’까지 나오고 있다”며 “뜨거운 정의감보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당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초선들은 지난 23일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공정’ 성명에 대해 여권은 물론 당 지도부에서도 “이건 아니다”란 반응을 내놓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범친노(친노무현)계인 김기식·박홍근·진선미 의원 등 강경파가 “온건주의로 갈 문제가 아니다”며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도부에 의원직 총사퇴를 요구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작 민초넷(민주당 초선의원 네트워크) 회원 55명 중 20명만이 동참했다. 이름을 올리지 않은 한 초선은 “특정 계파의 지도부 흔들기처럼 보여 참여를 이끌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노 핵심 인사조차도 “지금은 지도부 입장처럼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에 집중하는 게 맞다”며 말했다.

◇튀는 발언으로 자기 정치=여야 초선들이 존재감 과시, 관심 끌기용 ‘막말’ 공세에 적극 나서면서 국회 품격을 땅에 떨어뜨렸다는 탄식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국감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 “민주당에서는 아들이 없어서 친척뻘 양자로 들였다는 얘기가 있다”고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앞서 8일에는 홍지만 원내대변인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증권가 찌라시’라고 지칭해 빈축을 샀다. 또 최근엔 김진태 의원이 뜬금없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야권 여성 정치인의 염문설을 폭로하는 일도 벌어졌다.

민주당에선 초선인 홍익표 의원이 지난 7월 원내대변인 자격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로 표현해 당직을 사퇴하는 곤욕을 치렀다. 비슷한 시기 김경협 의원도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와 관련해 홍준표 경남지사를 히틀러로 비유했다가 질책을 받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 초선의 경우 정세 판단을 제대로 못한 채 나서고, 새누리당은 ‘박근혜 키드’들로 박 대통령의 눈치를 중진들보다 더 보고 있다”며 “이들이 당파를 떠나 참신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유동근 김아진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