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 팔던 공고생, ‘저축왕’ 훈장받아

입력 2013-10-29 18:02


오춘길(69·사진)씨는 매년 20억원 넘는 흑자를 달성하는 중소기업인 ㈜현대정밀의 어엿한 사장님이다. 하지만 그는 ‘월급의 90%를 적금에 붓는다’는 신조를 평생 지키며 누구보다 검소하게 살고 있다. 오 대표가 34년간 저축한 돈은 원금만 10억5000만원에 이른다.

산골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체험한 지독한 가난이 오 대표의 저축벽(癖)을 형성했다. 오 대표는 여름엔 아이스크림, 겨울엔 풀빵을 팔아 학비를 마련했고, 그 돈으로 야간중학교와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군대에서 처음으로 ‘월급’을 받아본 오 대표는 소령으로 전역할 때까지 12년간 월급의 90%를 저축했다.

오 대표는 전역한 뒤 이 돈으로 고향인 경남에서 건설중장비 부품을 생산·납품하는 공장을 설립했다. 불우하게 살았던 만큼 남을 배려하는 오 대표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운영하는 공장에 “네 가지가 없다”고 말한다. 그의 공장에는 사장실, 비정규직, 청소직원, 정년이 없다.

회사를 세운 뒤에는 꼬박꼬박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2011년에는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5000만원을 기부하면서 전국 44번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지난해에는 경남미래교육재단에 1억원을 출연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제50회 저축의 날을 맞아 오 대표에게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했다. 노점상을 운영하면서도 꾸준한 저축으로 내집 마련에 성공한 김남심(56·여)씨, 어려운 형편에도 7년간 저소득층 어르신들께 점심을 대접한 김완순(59·여)씨, 불편한 몸으로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저축과 봉사활동을 거르지 않은 정종길(50)씨는 국민포장을 받았다.

배우 현빈(30)과 한혜진(32)씨는 대통령 표창을, 야구선수 이대호(31)씨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