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뛰는데 입맛 쓴 증권사, 왜?

입력 2013-10-29 18:01 수정 2013-10-29 22:54


코스피지수가 2050선을 넘나들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동양 사태로 증권사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면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과 계좌 수는 급감했고 주식 거래대금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17일 43조3375억원까지 치솟았던 전체 CMA 계좌 잔액은 지난 28일 40조7250억원으로 줄었다고 29일 밝혔다. 한 달 만에 2조6125억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같은 기간 CMA 계좌 수도 2만개 넘게 감소했다.

CMA 계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정반대 분위기였다. 오히려 연초부터 9월까지 2조원이 늘면서 완연한 증가세를 타고 있었다. 증권사들도 CMA 고객 확보를 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대적 마케팅을 벌였다.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 8월 KT 휴대전화 사용자가 CMA 계좌를 만들 경우 매달 1만원씩 최대 24만원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계좌를 만들기만 해도 24만원을 공짜로 얻는 셈이어서 대신증권에는 매일 아침마다 CMA에 가입하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었다. 한국투자증권도 CMA 계좌를 이용해 인터넷 쇼핑을 하면 결제 금액의 0.5%를 돌려주는 현금 마케팅을 벌였다. 당시 증권사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라도 해야지 증권사들이 먹고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양 사태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CMA 명가인 동양증권이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으면서 다른 증권사로 불똥이 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대신증권 CMA 계좌에 가입한 장모(30)씨는 “매달 1만원씩 받는 셈이어서 가입해 현금을 이체시켜놨는데 왠지 불안하다”며 “동양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겠지만 ‘혹시’라는 생각이 쉽게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50선을 넘나드는 주식시장 상황도 지금은 증권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증권사 수익이 늘어나려면 상승장이 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거래량이 여전히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일평균 주식거래 대금은 2011년 1월에 평균 7조6707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9월에는 4조461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28일에는 고작 3조9386억원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증권사 수익이 개선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놀이터로 전락했고 다른 수익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KDB대우·삼성·우리투자·한국투자·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금융위원회가 30일 정례 회의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투자은행)로 지정해 업무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이들 증권사는 연기금과 외국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대출 등을 할 수 있지만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발목을 잡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 동력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며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등이 없으면 증권사가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