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줄어드니… 대출 가산금리 올리는 ‘얄미운 은행들’

입력 2013-10-29 18:00


국내 은행산업이 위기다. 이자수익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저금리로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부분)이 줄자 맥을 못 추고 있다. 수년 전부터 수익증권 판매 등 수익성 다변화를 외쳤지만 비이자수익이 전체 이익 중에서 16%에 그치고 있다. 결국 은행들은 가장 손쉬운 가산금리 인상으로 고객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이달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금리를 평균 3.70%로 받았다. 이는 9월의 주담대 평균 금리 3.62%보다 0.08% 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코픽스(COFIX) 금리에 연동돼 인위적으로 건드릴 수 없는 기준금리는 2.68%에서 2.64%로 0.04% 포인트 떨어졌지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0.94%에서 1.06%로 올린 결과다. 코픽스는 국내 9개 은행들이 제공한 자금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산출되는 자금조달 비용지수다. 가산금리는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적용되는 금리다.

하나은행도 주담대 기준금리가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1.07%에서 1.20%로, 기업은행도 0.40%에서 0.59%로 높였다. 우리은행은 0.09% 포인트, 신한은행은 0.01% 포인트 올림으로써 기준금리의 하락폭을 반감시켰다. 은행들은 개인 신용대출에서도 대부분 0.01∼0.03% 포인트씩 올렸다.

은행들은 결과적으로 가산금리가 높아진 것은 맞지만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항변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9월에 비해 10월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의 대출이 줄어 평균을 내보니 가산금리가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도 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가산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LIG투자증권 손준범 책임연구원은 “몇년간 가산금리가 묶여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도 줄어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 확보가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2분기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8조7000원으로 작년 동기(9조6000억원)보다 9000억원(9.7%) 줄었다. 순이자마진(NIM)은 1.88%로 2009년 2분기(1.72%)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과 정책당국이 위험 관리가 동반된 수익구조의 균형을 도모해야 하는 책임은 방기한 채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은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아 경기 상황에 따라 영향을 너무 쉽게 받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대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 은행 간 무리한 대출 경쟁으로 부실여신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판매 수수료, 유가증권 매매 관련 이익 등을 높여 비이자이익을 창출하는 것도 소비자보호 차원의 수수료 인하 압력이 있어 쉽지 않다.

결국 장기적으로 이자율이 상승해야만 은행 수익이 개선되는 취약한 수익구조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US뱅크 등 105개 자회사를 지닌 지주회사로 US뱅코프의 성공사례를 참고할 것을 권유한다. 금융연구원 이수진 연구위원은 “US뱅코프는 강력한 고객밀착 경영, 지역별 고객별로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 산업용·상업용·모기지대출로 적절히 분산된 대출전략, 보수적인 위험관리로 총자산 대비 2%대라는 경이로운 순이익률을 거두고 있다”며 “다른 은행이 거액의 손실을 내고 무너진 2008년 모기지발 금융위기 때도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한장희 박은애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