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용돈연금’ 전락 우려… 실질소득대체율 20%대 불과
입력 2013-10-30 05:01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는 2060년에도 국민연금에 가입한 노인들은 퇴직 전 평균 임금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용돈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선전해온 ‘소득대체율 40%’는 명목일 뿐 실질소득대체율은 향후 50년간 26∼27%대에 머물 전망이다. 퇴직자가 손에 쥐게 될 연금급여 수준을 보여주는 실질소득대체율 자료가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국민일보가 민주당 이언주 의원의 협조를 얻어 입수한 국민연금연구원의 내부자료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 및 실질소득대체율 추이’를 보면 올해 기준 18.1%였던 실질소득대체율은 조금씩 올라 2032년 28.4%로 정점을 찍은 뒤 2055년 26.6%까지 떨어진다. 2060년에도 26.9%로 향후 반세기 동안 단 한 차례도 30%대에 진입하지 못하는 셈이다. 생애 평균 300만원 월급쟁이라면 월 75만원 안팎의 연금급여로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 발표(소득대체율 40%)와 실질소득대체율이 이처럼 차이나는 이유는 국민연금의 짧은 가입기간 때문이다. 2060년까지 평균 가입기간은 2049년에야 20년을 넘어서 2060년에도 21.3년에 그친다. 늦게 취업해 일찍 직장에서 밀려나는 국내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가 원인이다. 우리나라 노동자가 평생 월급받는 기간(임금근로 기대여명)은 25세를 기준으로 남성은 20.8년, 여성은 13.4년이다. 국민연금 제도는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실제 가입기간은 절반에 불과하니 실질소득대체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부는 소득대체율 40%가 독일(42%)이나 일본(34.5%) 등 선진국과 비교해 낮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실질 및 명목 간 격차가 없는 외국 사례를 국내 명목소득대체율과 비교해 의도적 감추기를 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오래 보험료를 낼수록 기초연금을 깎는 방식으로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를 차별하는 기초연금법을 추진해 가입 의욕을 꺾고 있다. 가뜩이나 가입기간이 짧아 푼돈연금으로 전락한 국민연금의 뿌리를 정부가 나서서 뽑고 있는 형국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요한 건 명목이 아니라 실질소득대체율인데 이게 너무 낮아 국민연금으로는 노후 준비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며 “가입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려 국민연금 토대를 다져야 하는 정부가 잘못된 기초연금안으로 되레 국민연금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Key Word - 소득대체율
가입기간 평균임금 대비 연금 수급자가 퇴직 후 받는 보험금을 가리킨다. 노후 보장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로 사용된다. 국민연금은 40년 가입기간을 다 채울 경우 소득대체율이 40%가 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