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약물 브로커와 카카오톡 해보니… “시험? 시합? 알약·주사제 다 있어”

입력 2013-10-29 17:54 수정 2013-10-29 22:11


공무원 시험이나 체대 입시 응시자들에게 부정 약물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브로커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들은 주로 해외에 거주하며 스테로이드 등 국내에선 처방전 없이 유통이 금지된 약물을 공급하고 있다.

‘몸 상태에 따라 복용 스케줄을 짜드립니다.’ 29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스테로이드 약품 판매 정보를 검색하자 이 같은 업자들의 광고 문구가 수두룩하게 쏟아졌다. 광고 글이 게재돼 있는 곳은 주로 공무원 시험이나 체대 입시 수험생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온라인 게시판이었다. 가장 최근에 광고 글을 올린 여러 업자 중 ‘몸 상태에 따라 복용법을 짜주고 판매 후에도 계속 관리해준다’는 전문 브로커 A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했다.

1분이 채 안 돼 답장이 왔다. 그의 메신저 프로필에는 얼굴 사진과 이름까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을 사고 싶다”고 하자 A씨는 “시험이요? 시합이요?”라고 되물었다. 체대 입시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인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인지 묻는 것이다. A씨는 필리핀에서 스테로이드의 한 종류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업자였다.

“체대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자 A씨는 “효과는 분명하다”며 “약물 종류도 다양하고 방법도 많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구매는 제가 여기(필리핀)서 해서 선박이나 항공으로 보내드린다”면서 “태블릿(알약)과 주사제가 있는데 주사는 직접 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스테로이드 제제 약물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과 공급·유통이 불법이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는 “스테로이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면서 “쓰는 방법에 따라 위험한 약물일 수 있다”고도 했다. 스테로이드 약품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자 그는 조금씩 경계했다. 그리고는 “스테로이드를 모르시는 분한테는 안 판다”면서 대화를 끊었다.

공무원 채용 과정에 체력시험을 실시하는 경찰청과 소방방재청 등은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은 처방전 없이는 구할 수 없어 부정 응시생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스테로이드 팝니다’란 광고가 넘쳐나고 이처럼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실정이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