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회 일치와 연합의 축제, WCC 부산 총회

입력 2013-10-29 17:45 수정 2013-10-29 23:11

하나님 공의와 사랑이 이 땅에 구현되도록 노력해야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로 열리는 부산 총회는 내달 8일까지 계속된다. 총회 공식회의에 참여하는 전 세계 대의원 800여명은 교회 일치, 정의와 평화, 경제정의, 한반도 평화, 사회봉사 등 21개의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와 연합)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140여개국의 349개 교단과 교인 5억6000만명이 소속된 세계 최대 연합기구인 WCC가 동북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대단히 뜻깊고 경축할 만한 일이다. 지구촌의 신앙축제인 부산 총회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기반을 다지기를 기대한다. 유구한 기독교 역사와 비교할 때 짧은 기간에 세계교회가 주목할 정도로 급성장한 한국교회가 앞으로도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변화를 거듭하기를 기원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는 전쟁과 테러, 약탈과 납치, 종교분쟁, 기아와 빈곤, 공동체 붕괴, 환경파괴, 각종 범죄, 빈부격차 심화, 취약계층 착취 등 부도덕하고 불의한 일들이 빈발하고 있다. 또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인본주의,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교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 때문에 종교개혁이 일어났던 16세기처럼 기독교인들의 참된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WCC 헌장 제1조에 명시된 것처럼 주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고 한 하나님인 성부 성자 성령께 영광을 돌리도록 부름을 받은 공동의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어렵고 소외되고 아픈 이들과 함께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희생을 마음에 새기고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이 땅에 구현되도록 온 정성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연대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해야 할 때다. 평화통일이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60년간 지속된 분단과 갈등, 원한과 불신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화해와 평화의 공동체, 신뢰와 협력의 시대가 도래하도록 한국교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피조물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에큐메니컬 운동을 통해 양성평등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아직도 여성보다 남성을 중시하는 가부장적인 문화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간 평화와 화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종교분쟁으로 점철된 지구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나님이 모든 생명의 근원임을 직시하고 우리나라의 종교간 평화 사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모쪼록 부산 총회가 은혜와 축복 속에 치러지도록 기독교인들이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