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감사에 임하는 자세는 국민을 향한 것

입력 2013-10-29 17:43 수정 2013-10-29 23:05

박승춘 보훈처장이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료제출을 거부하며 의원들을 비웃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이 보훈처의 안보교육용 DVD 제작 협찬 주체를 밝히라고 요구한 것은 정당한 권한 행사이고 크게 보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박 처장은 자신의 수감 태도를 여야 의원 모두가 지적한 속뜻을 깊이 헤아렸으면 한다.

국정감사는 여야를 떠나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감찰하는 제도다. 행정부가 나라 살림살이를 제대로 하는지 국민을 대신한 국회의원들이 엄격하게 따지고 추궁하는 자리가 바로 국감장인 것이다. 그런데도 자료 제출의 목적을 알아야 하겠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는 국민을 업신여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여야의원들이 국감의 본질과 취지에 맞지 않게 정치적 사안을 놓고 힘을 겨루다 여론의 질타를 받자 피감 기관장까지 덩달아 국회의원을 얕잡아 보는 것 같아 유감천만이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최수현 원장이 청와대의 동양그룹 관련 회의에 참석해놓고도 이를 부인하다 번복해 위증시비를 낳기도 했다. 일년에 단 한 차례 있는 국정감사를 뭘로 아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피감기관이 의원들의 질의와 자료제출 요구를 피하려고 하는 것은 행정부가 국민들 앞에 떳떳하게 자신들의 행위를 드러내기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적자를 본 공기업이 보너스 잔치를 하고, 남은 예산은 반환하지도 않고 갖가지 명분을 내세워 서로 나눠 갖는가 하면 야근을 하지 않고서도 기록만 하고 혈세를 축내는 구태들이 백일하에 탄로나는 것이 체면이 서지 않기 때문이란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정감사를 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더욱 심각한 현상은 요즘 국감장에는 최소한의 예의범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크든 작든 정부 정책은 예외 없이 민생과 직결돼 있는데도 일부 피감기관장들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토하겠다”거나 “아직 현황 파악이 안됐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박 처장은 의원들이 질의하는 동안 빙긋이 웃으며 상대를 조롱하는 듯 행동해 여당 소속인 정무위원장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성의를 찾아 볼 수 없는데다 기본적인 예의마저 실종한 듯한 일부 피감기관장의 태도는 결국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피감기관은 물론 증인까지 피의자 취급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악습이 비난받고 있다고 여기에 편승해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는 기관장들의 태도는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잘났든 못났든 국민을 대표해 감사장에 나온 여야의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은 의원 자질론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