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김동규 한국언론학회 회장 “공익·상업성 절충 뉴스 유료화… 언론, 살려면 변해야”

입력 2013-10-29 17:09


김동규(54) 한국언론학회 회장은 “지금은 모든 분야의 융·복합이 일어나는 시대”라며 “신문 방송 등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파워시프트(권력이동·Power Shift)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한국언론학회 제40대 회장에 취임한 그는 “올드미디어 시대의 과거 기준으로 보면 현재 미디어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개별 언론사는 언론의 본질인 뉴스콘텐츠에 충실해 공익성과 상업성을 잘 절충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고, 뉴스 유료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오후 국민일보에서 만난 그는 2시간 인터뷰하는 동안 종합편성채널의 등장과 네이버 등 포털의 영향력, 디지털시장 변화, 워싱턴포스트 매각 등 주요 미디어 현안에 대한 견해를 소상히 밝혔다.

만난 사람=김경호 논설위원

-언론학회를 소개하면.

“한국언론학회는 1959년에 창설돼 올해로 54년째를 맞았다. 회원 수가 학계 및 현업 포함해 거의 1500명에 이른다. 22개의 전문 연구회와 5개 지역학회를 포괄하고 있다. 언론학회는 당연히 국내 언론학자들의 학술적 교류의 장이다. 규모 면에서 세계적 수준인 언론학회는 2개의 등재학술지와 1개 영문학술지 등 3개의 전문학술지를 정기 발행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학술 교류도 진행하고 있다. 언론학은 현장과 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양자의 교류는 언론과 미디어산업 발전의 길에서 항상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급격히 변화해 가는 국내 미디어 시장을 진단해 달라.

“올드 미디어의 위기라고 한다. 디지털기술의 진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미디어 환경 변화는 전통 미디어에도 새로운 도전의 기회다. 하지만 많은 미디어기업들이 기존의 관성에 얽매여 있다. 기존 독자나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도 충분치 않다. 그러니 독자의 이탈, 시청자의 이탈은 필연적이다.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며 지금이 그 시점이다. 디지털 드라이브는 쇠락에서 탈피할 유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디지털 드라이브 역시 그냥 이뤄지지는 않는다.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디지털 모바일 매체에 보다 친화적인, 그리고 미디어의 공적 기능을 결코 도외시하지 않는 새로운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구축이 해답일 것이다. 어렵더라도 위기 탈출의 정도(正道)를 걷는 자세가 요구된다.”

-향후 미디어시장이 어떻게 변화될지 전망해 달라.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한 미디어 분야의 변화는 단순한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다.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의 글로벌화, 모바일 및 스마트 미디어의 탄생은 미디어 생태계가 어떻게 진화하고, 성장하고, 퇴보할지 그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는 우리의 개인적인 삶과 윤리로부터 정치·경제·사회·문화 활동에 이르기까지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미디어들과는 달리 상생과 공존, 열린 구조가 특징이다. 따라서 과거의 미디어 질서와 규범으로는 그러한 변혁의 시대적 흐름에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학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으며 최근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들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네이버 등 포털의 시장 영향력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는데.

“언론사와 포털 간에 상생을 위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포털을 통한 뉴스 독점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지만, 그 역시 언론사와 포털의 오랜 유착 결과임을 결코 부인하지 못한다. 따라서 언론사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위해 포털을 배제하는 형태로는 결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포털 역시 자신의 수익모델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상생을 위한 논의가 절실하다. 학회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업계와 학계 간 의견 교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자 한다.”

-신문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종이신문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신호는 곳곳에 켜져 있다. 미국에서도 워싱턴포스트가 매각되고 뉴스위크의 종이판 발행이 중단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종이신문 자체의 ‘종말’과 뉴스의 미래는 다른 것이다. 정보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뉴스는 여전히 삶의 불가피한 동반자다. 그리고 좋은 뉴스, 정확한 뉴스, 독자에게 필요한 뉴스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신문이 해야 할 일이다. 또 신문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뉴스 유료화에 대한 소식들도 많이 들려온다. 뉴스의 가치를 보다 중요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창의적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종합편성채널 인·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는데.

“무엇보다 종편을 둘러싼 그동안의 기대나 우려가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과도하게 보도프로그램이 많다거나, 보도내용의 편향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보다 냉정히 평가해 보아야 한다. 종편은 그동안 미디어시장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그리고 잘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가에 대해 평가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학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지상파 비중도 점차 줄어드는데 바람직한 방송모델은 어떤 것인가.

“지상파 방송은 한 사회의 공론형성과 건전한 여가문화를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다. 따라서 이를 사회적으로 지켜내는 것은 당위에 가깝다. 물론 지상파 방송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피해는 눈에 직접 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그 피해를 메우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 공영방송은 그중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공영방송 보도편향 논란과 KBS 수신료 인상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신문 방송 등 언론사들의 위기타개책은.

“현재 언론사들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본다. 이는 언론기업의 위기이자 뉴스와 저널리즘의 위기이기도 하다. 나아가 개별 언론사의 위기이자 언론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변화한 환경에 스스로 적응할 능력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새롭게 추구할 산업적 모델에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또 위기의 실체를 밖에서만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위기의 근본에 독자들의 이탈이 있다면, 독자들을 되찾아오기 위한 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뉴스와 보도가 독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면, 그 본질적 요인에 대한 과감한 해법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안을 제시하는 데 언론학계도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다.”

-언론학자들이 현장과 동떨어진 이론적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학계와 현장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자는 학자대로, 또 현장은 현장대로 필요한 원칙과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양자가 서로의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대화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계, 특히 학회의 여러 학술행사는 이를 위한 토론의 장이다. 현장의 많은 고민과 요구가 사회적으로 어떤 정당성을 얻고, 또 어떤 공적 가치를 갖는지 점검하는 교류의 장이다. 그런 면에서 현장 역시 학계의 논의가 갖는 가치를 재평가하였으면 좋겠다. 최근 언론 관련 학과의 명칭이 다양해지며 더욱 확장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이며, 대학 교육이 현장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넘어서는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은 그래서 한층 더 필요하다. 학회에서는 단순한 교류차원의 협력이 아니라 아예 취업까지 연결될 수 있는 그런 적극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구현할 계획이다. 이 또한 서로에게 상생의 기회를 제공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향후 계획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도약을 할 시기다. 한국적 독자이론 개발에 더 노력해서 언론학의 토착화와 세계화에 기여하겠다. 학회의 모토를 ‘근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the basic)’로 설정했다. 한국 언론학도 지금보다 세계화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융합 환경에 적합한 학문적 정체성 정립과 학계의 자생력 확보는 여전히 필요하다. 서구이론의 수입과 적용에 치중하기보다는 한국적인 특성의 설명과 분석을 통해 우리 언론학을 세계화할 새 동력도 마련해야 한다. 학문 후속세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려 한다. 언론학이란 융합과 통섭의 학문이다. 새로운 교육 모델을 확립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언론학 교육위원회’라는 기구를 학회에 설치할 예정이다.”

김동규 회장은

국내 언론학 연구 영역에 경제·경영 연구의 필요성을 새롭게 부각시킨 언론학자. ‘미디어경제·경영론’을 출간하고 지난 2006년 한국언론학회에 신문 방송 등 미디어산업 연구를 위한 미디어경제·경영연구회를 발족시켰다. 현재 미디어시장 지각변동을 자연스러운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로 규정하는 동시에 기술적 진화에 따른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1986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신군부 보도지침 사건에 대해 언론학자로서 처음 학술적 분석을 시도했으며, 연구 결과는 1988년 국회 언론청문회에서 권언유착을 밝히는 객관적인 자료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서구 이론에 매몰된 언론학계의 자성을 촉구하며 한국적 이론 개발과 경계를 뛰어넘는 학문적 시도를 통해 언론학의 자생력 강화와 세계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전남 영광(54)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및 동 대학원 석·박사 △한국언론학회 미디어경제·경영연구회장 △한국방송학회 편집위원장 △KBS 경영평가위원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및 ‘한국기자상’ 심사위원장 △건국대 사회과학대학원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김경호 논설위원 kyung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