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9) 알바니아 찾은 월드비전 강원지회연합회 목회자 8명

입력 2013-10-29 17:06 수정 2013-10-29 21:27


코소보 사태 악몽 겪은 유럽의 최빈국 “후원 절실합니다”

유럽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 아드리아해(海)를 끼고 이탈리아와 마주한 이 나라는 우리나라 강원도와 경기도를 합친 면적에 360만여명이 살고 있다. 알바니아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고대 그리스문명부터 알바니아인의 뿌리가 이어져 왔지만 계속 이민족의 지배 아래 있었고 사회주의체제 아래 1944년 독립했다. 무슬림이 60% 이상인 이 나라는 인근 세르비아의 내전에 따른 코소보 사태 등을 겪으며 급격한 경제 퇴보를 경험해야 했다. 현재 유럽의 최빈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이 나라를 월드비전이 1999년부터 활발히 돕고 있다.

지난 14일 월드비전 강원지회연합회(대표회장 권오서 목사) 목회자 8명은 알바니아 북동부에 위치한 인구 1만5000여명의 마을 디브라(Dibra)를 찾았다. 수도 티라나에서 180㎞ 떨어진 이곳은 산악지대로 주민 대부분이 열악한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다.

“알바니아에는 총 11개의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장(ADP)이 있어요. 직접적으로 14만여명, 간접적으로 87만4000여명이 혜택을 입고 있습니다. 한국월드비전은 2007년부터 디브라와 리브라즈드 지역을 후원, 현재 8000여명의 아동들이 도움을 받습니다.”

디브라 ADP 매니저 안델라 카바(33)는 “한국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디브라가 놀랍게 변화되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현재 식수 및 보건사업과 교육지원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고 코소보 사태에 따른 아동평화구축사업도 활발하다”고 밝혔다.

2002년 ‘키즈 포 피스’(Kids fer peace·평화를 위한 아이들)란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알바니아인과 세르비아인이 충돌해 발생된 코소보 유혈사태에 양국 아동과 청소년들이 나서 평화를 모색해 보자는 취지의 운동으로 이를 한국월드비전이 적극 후원하고 있다. 학교 내에 평화클럽을 설치해 우리 세대만큼은 더 이상 갈등의 골을 만들지 말고 화합하자는 것. 많은 학교와 교회, 단체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20여개의 클럽이 운영되며 4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일행이 방문한 호텔에 코소보에서 온 청소년 4명이 다양한 퍼포먼스와 호소문 발표 등을 통해 더 이상 전쟁 없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사례를 발표한 아티니 아흐메티(14·여)는 “부모님들의 갈등으로 우리마저 상대를 미워했으나 클럽활동을 통해 서로가 피해자이며 같은 입장인 것을 알게 됐다”며 “이젠 세르비아인도 사랑해야 하며 함께 손잡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코소보에서 달려온 청소년들은 한국 목회자들에게 코소보에 더 이상 전쟁의 공포가 없도록, 유혈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 성도들이 기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날 권오서(춘천중앙교회) 허태범(면류관교회) 최헌영(원주제일교회) 음덕진(원주행구교회) 양세훈(원천감리교회) 이희영(횡성교회) 안성헌(동해교회) 이용희(원주제알교회) 목사, 최창일 월드비전 강원지부장 등 현지 방문단은 맨 앞자리에 앉아 2시간여에 걸친 행사를 찬찬히 지켜보았다.

최헌영 목사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고통의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이 현실을 원망하지 않고 화해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특수한 처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밝은 모습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월드비전을 통해 돕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일행은 디브라에서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거나 후원을 기다리는 두 가정을 방문했다. 막노동을 하며 아내와 세 자녀 등 다섯 식구가 살아가는 톨리(28)씨 집은 금방 무너질 것 같은 흙벽돌집으로 가재도구래야 이불과 그릇 몇 개가 전부였다. 이들에게 필요한 하루 생활비는 최저 5달러(5500원)다. 그러나 이만큼 벌기 힘들어 굶는 날이 더 많다고 했다. 톨리 부부의 최대 소망은 10세와 5세, 2세인 세 자녀가 월드비전 결연아동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의 교육도 생계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란히 12세, 13세, 14세인 타사나(30)씨 가정도 월드비전이 아니었다면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을 상황이었다. 조혼 풍습으로 16세에 결혼한 그녀는 몇 년 전 남편이 사망했다. 자신의 몸도 불편해 세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월드비전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녀는 “한국 결연자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학교도 보내주고 기초생활을 할 수 있게 도움을 받기에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창일 강원지부장은 “서구 외모를 가진 백인들이 고통 받고 있는 모습이 다소 생경했지만 현장을 보니 정말 도움이 절실했다”며 “특히 학교 근처도 가보지 못하는 가난한 집시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길 원한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디브라(알바니아)=글·사진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