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조절·장식… 지퍼의 무한 변신

입력 2013-10-29 16:55


올겨울 지퍼가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잠그개의 단순한 역할에서 벗어나 디자인을 변형시키는 도우미가 되는가 하면 장식으로서의 사명도 훌륭히 해내고 있다.

3.1 필립 림의 지퍼 원피스는 밑단에서부터 가슴까지, 가슴에서 목선까지 2개의 지퍼를 달아 멋을 냈을 뿐만 아니라 이 지퍼를 여닫음으로써 노출 정도를 입는 사람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끝까지 잠그면 단정한 원피스지만 위쪽의 지퍼를 가슴 선까지 내리고, 아래쪽 지퍼를 허벅지까지 올리면 섹시한 원피스가 된다. 이 브랜드는 맨투맨 셔츠 허리 옆선에 지퍼를 달아 내렸을 때는 평범한 맨투맨 셔츠지만 올렸을 때는 속의 옷이 보여 겹쳐 입은 느낌을 강조해주는 제품도 선보였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원피스도 앞쪽에 목선부터 밑단까지 이어지는 지퍼를 달아 장식성을 살리면서 노출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가방에선 장식과 함께 수납공간을 넓혀주는 역할을 지퍼가 하고 있다. 양쪽에 지퍼를 달아 멋을 낸 쿠론의 카트니라백은 이 지퍼를 열면 빅 사이즈 쇼퍼백(쇼핑백처럼 생긴 가방)으로 디자인이 변형된다. 제롬 드레이퓌스의 보비백도 가방 양쪽 라인에 있는 지퍼를 열면 넉넉한 수납공간이 생긴다.

지퍼의 장식성이 강조되면서 여러 개의 지퍼를 쓰는 제품도 등장했다. 컨버스의 더블집 척테일러는 이름 그대로 지퍼가 양쪽에 장식된 운동화. 기존의 척 테일러는 신발 끈을 묶고 푸는 스타일. 한쪽에만 지퍼를 달아도 이 불편함을 보완할 수 있지만 장식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양쪽에 지퍼를 단 것.

잠그개의 기능은 포기한 채 오롯이 장식으로만 쓰인 것들도 눈에 띈다.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선보인 로퍼(끈으로 묶지 않고 편하게 신는 신)는 발등에 지퍼가 달려 있지만 신을 신고 벗는 것과는 무관하다. 오로지 장식으로만 쓰인 것. 슈콤마보니가 내놓은 남성적인 디자인의 로퍼는 신발 본체와 굽의 이음매를 지퍼로 감싸 멋을 내기도 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