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진동 ‘여수 갯가길’… 관광객 쫓는다

입력 2013-10-28 19:29

전남 ‘여수 갯가길’이 개방된 직후 탐방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 올레길을 떠올린 채 갯가길을 찾은 탐방객들은 안내·편의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어귀부터 풍기는 악취와 쓰레기 더미에 발길을 되돌렸다.

㈔여수갯가(이사장 김경호 제주대 교수)는 지난 26일 소속 회원·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돌산대교∼무술목에 이르는 22.9㎞의 여수 갯가길 1코스 개장식을 가졌다.

여수갯가는 앞으로 25개 코스 총 400㎞ 길이의 갯가길을 단계적으로 조성해 남해안 관광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갯가는 갯벌 해안을 가리키는 말로 갯가길은 과거에 낚시꾼들이 해안선을 따라 다니던 옛길을 찾아내 복원하고 묵은 길을 연결해 정비한 것이다.

돌산2대교를 거쳐 진목마을, 상하동, 범바위, 용월사, 달박구미(월전포) 등을 거쳐 무술목으로 이어지는 1코스의 경우 개장하자마자 26일과 27일 주말·휴일을 활용해 많은 탐방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가족·부부 단위로 산책과 도보여행을 하기 위해 1코스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1∼2㎞ 거리도 걷지 않고 인상을 찌푸렸다. 상당수는 1시간도 걷지 않고 도보여행을 포기했다.

용암화석 등 비경은커녕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와 갯가길 초입에 들어선 소형 조선소와 공장 등에서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겼기 때문이다. 또 긴 코스에 안내판이 달랑 12곳에 불과한데다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점도 탐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수시민들은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급증한 국·내외 관광객들이 갯가길을 찾았다가 크게 실망한 나머지 앞으로 여수를 향한 발길을 끊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탐방객 승모(48)씨는 “연말에 군대 갈 아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기 위해 갯가길에 왔다가 하루를 망쳤다”며 “세계4대 미항이라는 여수의 이미지가 크게 흐려졌다”고 말했다.

여수갯가 관계자는 “주차장을 활용하기 위해 출발점을 돌산대교로 정하다 보니 초반코스가 덜 정비됐다”며 “1코스 진목마을에서 이어지는 다도해 절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