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뉴스미란다원칙 시행에 부쳐
입력 2013-10-28 18:49 수정 2013-10-28 18:01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지난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뉴스미란다원칙’을 새롭게 시행했습니다. 이 원칙은 고충처리인의 연락처 및 이메일 주소와 함께 모든 기사 하단에 꼬리표처럼 달려 국민일보 쿠키뉴스와 포털사이트에 전송되고 있습니다.
실은 뉴스미란다원칙은 언론계와 언론학계에서 확립된 용어가 아닙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란다원칙은 수사기관이 조사받는 사람들에게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 진술을 거부할 권리 등이 있음을 사전에 고지하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연방대법원이 1966년 선고한 미란다 판결에서 개인의 기본권(인권)으로 확립한 원칙입니다.
취재·보도 행위에서 이를 적용해보고자 차용했습니다. 속보(速報)뉴스가 불가피하고 옐로저널리즘이 판치는 온라인뉴스의 환경 개선에 미력이나마 동참하고자 하는 작은 소망에서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4월 선정적인 기사와 낚시성 제목을 퇴출하고자 ‘뉴스스탠드’란 걸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뉴스스탠드의 초기화면은 갈수록 보기 민망한 사진 노출 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차라리 기사 제목만 노출됐던 뉴스캐스트 시절이 그나마 났다는 장탄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스탠드 도입 후 분쟁 늘어
속보와 선정성 경쟁으로 인한 언론 분쟁 건수는 더 늘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언론조정·중재 청구 건수는 1939건입니다. 이 중 무려 1226건, 63.3%가 인터넷신문(907건, 46.8%)과 언론사의 인터넷뉴스서비스(319건, 16.5%)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지난 한 해 청구된 총 언론조정·중재 2401건 중 인터넷신문과 인터넷뉴스서비스가 1399건, 58.3%를 차지했던 것보다 5.0% 포인트 증가한 것입니다.
이처럼 언론은 숨쉴 공간이 점차 좁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취재원과 독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갑질(?)은 언론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입니다. 이러다보니 정부권력마저 약자인 양 행세하며 언론에 족쇄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길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언론은 갑(甲)의 갑옷을 벗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부당한 권력에 당당히 맞서는 언론 본연의 지위를 회복하리라 믿습니다.
솔직히 종래엔 취재원의 권리 보호와 독자의 알권리에 방어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것이 기성 언론계의 현실이었습니다. 언론중재법 제6조는 언론사 내에 언론피해의 자율적 예방 및 구제를 위한 고충처리인을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2005년 도입된 이 제도는 정착해 가는 단계에 있지만 아직 상당수 국민들은 이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모든 기사 하단에 ‘고충처리인’과 ‘반론·정정·추후 보도권’을 독자들에게 고지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독자가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액세스권)를 덧붙였습니다. 좀 더 친절하고 열린 자세로 취재원 및 독자와 소통하자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언론피해, 예방에 관심 둘 때
피해의 구제 못지않게 보도 이전 취재 단계에서부터 피해의 예방을 모색해보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가령, 취재기자에게 설명이나 소명이 미진했다면 보충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열어 놓는 것 말입니다.
벌써 반응이 뜨겁습니다. 선언적 구호에 그칠지, 실천적 원칙으로 정착할지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온라인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기대합니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jhjung@kmib.co.kr